정치 정치일반

[현장, 4·13 빅매치] 서대문을, 3번째 맞붙는 조용한 현역 VS 시선 끄는 도전자

3선 정두언, 겸손한 자세로 출근인사

도전자 김영호, 활기찬 이미지 내세워

20대 총선의 공식선거운동기간 마지막 날인 12일 아침 7시 서울 지하철3호선 홍제역 앞 거리에는 ‘걱정말아요 그대’ 노래 소리가 울려 퍼졌다.

서울 서대문을에 출마한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후보 유세차량의 전광판과 스피커에서 김영호 후보가 통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모습과 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10미터 가량 옆에 서 있는 정두언 후보 유세차량에서는 소리 없이 전광판을 통해 정두언 후보가 노래를 부르는 모습, 주민들을 만나는 모습이 보였다. 18대 총선부터 이번 선거까지 서대문을에서 세 번째 맞대결을 펼치는 현역의원과 도전자의 모습은 확연하게 달랐다.

새누리당 정두언 후보가 12일 아침 서울 지하철3호선 홍제역 앞 거리에서 출근길 주민들에게 인사하는 모습. /박경훈기자새누리당 정두언 후보가 12일 아침 서울 지하철3호선 홍제역 앞 거리에서 출근길 주민들에게 인사하는 모습. /박경훈기자


4선에 도전하는 현역 정두언 후보는 버스정류장이 있는 도로 중앙 분리대 한쪽 끝에 두 손을 모으고 서 있었다. 주민들이 횡단보도를 건널 때마다 허리를 숙이며 “국회의원 정두언입니다. 잘 다녀오세요”라고 인사했다. 진지한 표정으로 한쪽 방향만 응시한 채 다른 말은 없었다. 신호가 바뀌어 차들이 지나갈 때에는 아무 말 없이 서 있었다. 옆에 세워놓은 자전거에서 잠시 물통을 꺼내 목을 축인 게 눈에 띌 정도로 단조로운 모습이었다. 3선 중진의원의 권위 대신 겸손한 자세로 유권자의 표심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였다. 그러면서도 남성, 주부, 노인 등 주민 특성에 맞춘 9종의 명함을 준비하고 자전거로 골목 곳곳을 누비는 등 지역을 잘 아는 현역의원의 장점을 활용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후보가 12일 아침 서울 지하철3호선 홍제역 앞 거리에서 유세차량 위에 올라서서 출근길 주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박경훈기자더불어민주당 김영호 후보가 12일 아침 서울 지하철3호선 홍제역 앞 거리에서 유세차량 위에 올라서서 출근길 주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박경훈기자


유세차량 위에 올라선 도전자 김영호 후보는 사방을 돌아보면서 손가락으로 ‘V’를 주민들에게 보여주며 미소 지은 표정으로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기호2번 김영호입니다. 잘 다녀오세요”라는 인사 외에도 전광판의 영상에 대해 “잘 부른 노래는 아니지만 명지대학생들이 저예산으로 만들어준 뮤직비디오입니다”라고 소개하는가 하면 “투표에 참여해주십시오. 서대문을 투표율이 60%를 넘으면 직접 홍제천에 입수해 주민들께 웃음과 기쁨을 선사하겠습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주민들의 시선을 끌고 활기찬 도전자의 이미지를 보여주려는 모습이었다.


18대 총선에서 1만6,875표였던 두 후보의 득표 수 차이는 19대 총선에서 625표로 줄어들었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는 정두언 후보가 근소한 차이로 우세를 지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판세에 대해 정두언 후보는 신중함을, 김영호 후보는 자신감을 각각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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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언 후보는 “이번 선거는 야당이 아니라 새누리당 지도부와의 싸움”이라며 새누리당 공천 파동에 대한 주민들의 부정적인 인식을 걱정했다. 그러면서 “우리당이 본래 정체성인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에 맞는 정상적인 모습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당선되면 당내 쇄신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정두언 후보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당청 갈등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소신 발언으로 주목받아 왔다.

김영호 후보는 “많은 주민들이 ‘19대에는 아쉽게 낙선했는데 이번에는 꼭 당선되라’고 격려해 주신다”고 지역 분위기를 전했다. 정두언 후보에 대해 “막강한 후보”라고 경쟁력을 인정하면서도 “새누리당 살생부 파문 등 갈등의 중심에 서 계시면서 예전보다는 지지가 약해진 것 같다”고 지적했다. 당선 후 계획으로는 중국 베이징대 졸업 등을 통해 쌓은 외교통일분야 전문성을 발휘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박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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