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만화라고 우습게 보지 마! [리뷰] 바쿠만

이 시대 소년들이 꿈꾸는 방법을 생기있게 풀어낸 청춘영화

‘만화’에 한정되지 않고 ‘꿈’으로 해석할 수 있다면 색다른 재미와 교훈 얻을 수 있을 것







‘바쿠만(사진)’은 인기 만화가가 되기를 꿈꾸는 두 고등학생의 분투기를 그린 동명의 베스트셀러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영화다. 만화를 그리는 만화가 이야기라니. 아직도 만화라면 ‘애들용’이라고 생각하는 관객들에게는 유치하거나 혹은 지나치게 마니악하다고 여겨지기 딱 좋은 소재다. 하지만 관객들에게 ‘만화’라는 소재를 ‘꿈’이라는 단어로 바꿀 수 있는 열린 마음이 있다면 이 영화로 얻을 재미와 교훈은 한 뼘 더 넓어질 수 있다. 꿈을 꾸고 그것을 이루고자 노력하는 이야기는 누구에게나 감동을 주는 법. 특히 일본 고등학생들을 주인공으로 앞세운 영화는 지금 이 시대 소년들이 꿈꾸는 방법을 생기 넘치게 보여준다는 측면에서도 색다른 재미가 있다.

고등학생 마시로(사토 타케루)는 그림에 재능이 있고, 동급생 타카키(카미키 류노스케)는 스토리 텔링에 재능이 있다. 학교에서 서로의 실력을 알아본 두 사람은 팀을 이뤄 일본 최고의 만화 잡지 ‘소년 점프’에 연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물론 “만화로 평생 먹고 사는 사람은 10만 명 중 1명에 불과하고, 그 수입도 회사원 평균 수입에 못 미친다”는 마사시의 말처럼 일본에서 만화가로 성공하는 길은 결코 쉽지가 않다. 꿈꾸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부단한 노력을 하고서도 실패할 수 있는 길. 두 사람은 인생을 건 도박을 하는 셈으로 도전하고 끝없는 노력으로 연재를 시작하기에 이르지만, ‘프로 만화가’로 향해 막 출발한 두 사람에게 걸림돌은 너무나도 많다.


영화의 전개는 ‘슬램덩크’, ‘원피스’ 등 국내에서도 인기를 끈 소년 만화와 흡사한 방식으로 흐른다. 실제 유명 만화의 패러디가 영화 곳곳에 등장해, 일본 만화에 익숙한 관객들이라면 유쾌하게 즐길만한 요소들이 적지 않다. 특히 만화를 그리는 묘사나 만화가들의 순위 대결을 마치 전투처럼 표현한 ‘만화 배틀’ 장면 등은 평면적인 만화를 통해서는 느낄 수 없는 영화만의 특별한 재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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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세계 강국으로 꼽히는 일본의 만화산업에 대한 묘사였다. 일본의 만화가들이 얼마만큼 치열한 경쟁을 통해 독자들의 선택을 받는지, 좀 더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내기 위해 편집자와 만화가 모두가 얼마나 진지하게 문제에 접근하는지 등이 구체적이고도 사실적으로 담겼다. 영화 속 주인공들이 더 좋은 만화를 그려 인정받고자 노력하는 모습이 이 시대 모든 창작자들의 고민과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도 영화는 참고할 만하다.

영화의 제목 ’바쿠만’은 ‘폭발(ばくはつ·바쿠하츠)’과 ‘도박(ばくち·바쿠치)’, 꿈을 먹는 상상의 요괴 ‘맥(ばく·바쿠)’에서 공통되게 추출되는 일본어 ‘바쿠’와 사람을 뜻하는 영어 ‘맨’을 합성해 만든 단어라고 한다. 20권으로 완결된 원작 만화는 누적 판매 부수 1,500만 부를 돌파했으며 영화는 2016 일본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총 7개 부문을 수상했다. 21일 개봉.

/김경미기자 kmkim@sedaily.com 사진제공=엔케이콘텐츠

김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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