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의 주사위는 던져졌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호남이 지지를 거두면 정계를 은퇴하고 대선에도 도전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이번 선거에 정치 생명을 걸었다. 호남에서 불고 있는 국민의당 바람에 맞서 대권으로 가는 마지막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문재인 전 대표가 자신의 대권행보를 호남의 지지와 연계시킨 까닭은 호남 민심 이반 원인으로 ‘친노 패권주의’가 지목됐기 때문이다. 호남에서 더민주가 패배한다면 문 전 대표 입장으로서는 가만히 있어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렇다면 정면으로 부딪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호남의 상황은 문재인 전 대표에게 만만치가 않다. 호남 선거구 총 28곳(광주8·전남10·전북10) 가운데 더민주가 우세한 것으로 분류되는 곳은 8곳 정도인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의당은 13곳에서 우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나머지 7곳의 경합지역에서도 유리한 지역이 많다는 것이 정치권 일반의 시각이다.
문재인 전 대표는 ‘호남의 지지’를 판단할 계량적인 기준을 제시한 바는 없다. 그러나 12일 서울경제신문과 통화한 정치평론가들은 “적어도 더민주가 14석 이상은 차지해야 호남이 지지했다고 볼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유용화 정치평론가는 “문재인 전 대표의 말은 사실 문제가 있는 워딩”이라며 “현실적으로 14석 이상 얻기는 힘들 것이어서 향후 논란이 일 것 같다”고 전망했다. 더민주가 호남에서 14석 확보에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문 전 대표가 정계 은퇴를 하지 않는다면 대권 주자로서의 위상에 흠집이 생기는 것은 물론 두고두고 ‘식언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총선 막판에 던진 깜짝 승부수가 통할 경우 문재인 전 대표의 대권 가도는 탄탄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극도의 열세를 뒤집고 텃밭을 지켜냈다는 훈장을 달게 된다. 더민주에서는 문재인 전 대표의 대권행보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게 될 수도 있다.
일단 문재인 전 대표의 승부수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호응을 얻은 모양새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의 2002년 대선 승리에 기여했던 30·40대 유권자들 사이에서 반응이 컸다. 문재인 전 대표는 이 바람을 50·60대 유권자들에게까지 번지게 하기 위해 선거 전일까지 호남을 돌며 유세 행보를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