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벤처 1세대' 남민우 나스닥 상장사 인수

코스닥 기업으론 처음

글로벌시장 공략 발판

벤처 1세대인 남민우(사진) 다산네트웍스 대표가 미국 나스닥시장 입성에 성공하면서 글로벌 통신장비시장 공략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다산네트웍스가 나스닥 상장사 존테크놀로지의 최대주주가 돼 나스닥시장에 우회 상장하게 된 것이다. 국내 코스닥 기업이 나스닥 상장사를 인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1999년 이후 나스닥시장에 진출했던 국내 기업들이 줄줄이 상장 폐지돼 현재 2개 업체만 남아 있는 상황에서 다산네트웍스의 이번 나스닥 진출은 최근 분위기가 침체된 국내 벤처업계에 다시 활기를 불어넣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국내 1위 통신장비 업체인 다산네트웍스는 12일 다산네트웍스 자회사와 미국 나스닥 상장사인 존테크놀로지 자회사의 합병법인을 존테크놀로지에 주는 대신 존테크놀로지 지분 58%를 받게 돼 최대주주로 올라섰다고 밝혔다. 앞으로 다산네트웍스의 북미법인인 다산네트웍솔루션즈와 존테크놀로지의 합병목적 자회사인 디에이코퍼레이션은 합병하고 존테크놀로지는 오는 6~7월께 다산존솔루션즈(DASAN Zhone Solutions)로 사명을 변경하게 된다. 다산네트웍스가 존테크놀로지를 지배하고 존테크놀로지 밑에 합병 존속법인인 다산네트웍솔루션즈를 두는 지배구조를 갖추게 돼 다산네트웍스는 우회상장으로 나스닥시장에 입성하게 됐다. 다산네트웍스는 합병회사인 다산네트웍솔루션즈를 존테크놀로지에 주는 대신 존테크놀로지 지분 58%(현 주가 기준 890억원 규모)를 받는 조건이라 다산 입장에서 별도의 현금을 투입하지 않고도 딜을 성사시키게 됐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소재 통신장비 업체인 존테크놀로지는 세계 가정내광가입자망(FTTH) 시장 8위권 회사다. 이번 인수합병(M&A)이 완료되면 다산네트웍스는 알카텔루슨트와 화웨이·ZTE 등 글로벌 통신장비 기업에 이어 브로드밴드 액세스 시장에서 세계 7위, 초고속광통신 장비인 지폰(GPON) 시장에서는 세계 5위 기업으로 도약하게 된다.

남 대표는 서울경제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국내 코스닥 상장 벤처기업이 처음으로 나스닥 상장 기업의 최대주주가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이번 인수 결정은 다산네트웍스의 세계화를 위해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남 대표는 “그동안 나스닥에 진출했던 많은 국내 기업들이 철수했는데 이번 인수건 성사가 국내 벤처업체들이 다시 글로벌 무대로 나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산네트웍스의 주요 무대는 이제 국내에서 글로벌로 바뀌게 된다. 존테크놀로지가 강점을 가진 주력시장에 함께 진입해 약 40조원에 달하는 브로드밴드 액세스, 모바일 백홀,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 점유율 2% 이상을 달성할 계획이다. 존테크놀로지는 북미시장과 중동·유럽 등지에서 고객 라인을 탄탄하게 구축했고 다산네트웍스는 아시아권 시장을 주도하고 있어 두 회사의 고객 기반을 결합하면 이른 시일 내에 글로벌 시장 점유율 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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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라인업도 확대된다. 다산네트웍스의 기존 제품군에는 없는 차세대 다중서비스액세스플랫폼(MSAP)과 테라급 광통신 장비를 추가하게 된다. 제품개발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된데다 광통신의 처음과 끝을 모두 구축할 수 있게 돼 고객사별 요구에도 더 수월하게 대응할 수 있다.

남 대표는 “이번 M&A로 다산네트웍스의 본거지가 미국으로 옮겨져 글로벌 회사로 도약할 수 있게 됐다”며 “존테크놀로지와의 합병을 통해 글로벌 5위 기업으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남 대표는 서울대를 졸업하고 지난 1993년 다산네트웍스를 창업한 뒤 벤처기업협회장과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 초대위원장을 지냈다. 최근에는 한국네트워크산업협회장을 맡으면서 기업가정신재단 설립을 주도하기도 했다. 이번 다산네트웍스의 나스닥 입성은 남 대표가 창업한 지 23년 만에 이룬 쾌거여서 최근 호창성 더벤처스 대표의 구속으로 얼어붙고 있는 벤처 생태계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짐 노러드 존테크놀로지 최고경영자(CEO)는 “다산과의 결합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며 “두 회사의 역량을 집중해 전 세계 시장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높이고 영업·연구개발(R&D)·생산·유통 등의 효율성도 대폭 증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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