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IT공룡 오라클에 판정패 한 공정위

1년 전 혐의 입증 자신한 '끼워팔기' 증거 없어 무혐의

각각 다른 상품으로 보기 어려워...'경쟁 제한 증거 없다'

전세계 경쟁당국 관심..미국, 여러번 공정위 조사불만 제기



글로벌 IT 기업인 오라클의 소프트웨어 끼워팔기 의혹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공정위가 이례적으로 오라클 조사 사실을 밝히고 입증을 자신한 지 1년 만에 증거가 없다며 판정패를 당한 셈이다.

공정위는 사무처 심사관이 올린 끼워팔기 혐의에 대해 전원회의에서 최종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고 13일 밝혔다. ‘경제 재판정’인 공정위에서 사무처는 검찰, 전원회의는 법원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


미국에 본사를 둔 오라클은 주로 정부나 공공기관, 은행·증권사 등 금융사들을 상대로 하는 기업용 소프트웨어 회사다.

오라클의 주력 상품은 컴퓨터 내의 데이터를 저장·검색·가공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 관리 시스템(DBMS)이다. 국내 DBMS 시장에서 오라클의 점유율은 2014년 기준 58%에 달한다.

끼워팔기 논란은 오라클이 데이터베이스 관리시스템을 판매할 때 소프트웨어의 고장을 해결하고 업그레이드를 제공하는 ‘유지보수 서비스’ 계약을 맺으면서 차기 소프트웨어 버전까지 파는 통합서포트(CSO·Complete Service Offering) 결합상품을 만들면서다.

또한 오라클에서 여러 개의 소프트웨어를 산 고객은 원하지 않아도 각각의 소프트웨어마다 같은 수준의 유지보수 서비스 계약을 맺도록 정한 ‘서비스수준일치’(MSL·Matching Service Levels) 정책은 구입 강제에 해당한다는 지적이었다.


그러나 유선주 공정위 심판관리관은 “끼워팔기 혐의가 성립하려면, 유지보수 서비스와 차기 버전에 대한 시장(상품)이 별개로 구분돼야 한다. 그러나 두 시장이 데이터베이스 관리시스템 시장 안에 모두 포함된 것으로 해석했다”며 “오라클의 정책으로 가격 상승이 일어나거나 경쟁 사업자가 감소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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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입 강제 혐의에 대해서는 “고객들이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오라클의 데이터베이스 관리시스템을 이용하기 때문에 유지보수 서비스가 쉽게 복제될 가능성이 있다. 지식재산권의 침해와 무단 사용을 방지하기 위한 합리적 조처”라고 판단했다.

이번 무혐의 판정으로 ICT 전담팀을 만들어 의욕을 보인 공정위는 체면을 구기게 됐다. 공정위는 지난해 초 정보통신기술(ICT) 분야를 집중 감시하는 특별전담팀(TF)을 만든 뒤, 가장 처음 오라클 사건 조사에 나섰다. 전담팀 단장인 신영선 공정위 사무처장은 지난해 4월 기자들을 만나 “국내 기업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오라클 제품을 사용할 수밖에 없어 점유율이 40%에서 60%까지 올라갔다”고 말하며 제재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다.

유선주 심판관리관은 “심의관이 부족하고 전원회의가 잘했다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위법하다고 보기 어려운 것이지 합법이라고 결론 내린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공정위의 고위 관계자는 “이번 일로 ICT 전담팀이 위축되게 됐다”면서 “기존 업종에 비해 신산업이고 변화가 빠른 ICT 업종에 대한 고민이 많다”고 털어놨다

오라클의 본사가 있는 미국도 공정위의 조사에 불만을 표시하면서 외압 논란이 일기도 했다.

지난 1월에는 스테펀 셀리그 미국 상무부 차관이 김학현 공정위 부위원장을 만나 미국 일부 기업들의 공정위 조사에 대한 불만을 전달했다. 3월에는 미국 의회가 공정위 조사가 불투명하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세종=임세원기자 why@sedaily.com

임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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