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메르스 의심환자 병원 밖에서 4시간 활보 '아찔'

UAE 국적 20대 여성 고열 증상

역학 조사 중 숙소로 무단 이탈

4시간만에 보건당국서 신병확보

국립중앙의료원 이송후 음성판정

환자관리 허술한 대응 논란 일어

최근 한국에 입국한 아랍에미리트(UAE) 국적의 메르스 의심환자가  서울 강북삼성병원 응급실을 방문해 메르스 의심 진단을 받은 것으로 확인된 13일 직원들이 응급실 앞에서 일반환자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이호재기자.최근 한국에 입국한 아랍에미리트(UAE) 국적의 메르스 의심환자가 서울 강북삼성병원 응급실을 방문해 메르스 의심 진단을 받은 것으로 확인된 13일 직원들이 응급실 앞에서 일반환자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이호재기자.




아랍에미리트(UAE) 국적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의심환자가 진단을 받은 후 의료진의 격리 권고를 무시하고 강북삼성병원을 벗어나 4시간 동안 무방비로 노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환자를 보다 적극적으로 통제하지 못한 병원 측의 안이한 대응과 의료진의 권고를 환자가 따르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의 미비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13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메르스 의심환자 A(22)씨는 열이 나고 기침·인후통 증상을 보여 이날 오전1시31분 강북삼성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병원은 지난 8일 입국한 이 환자가 열이 38.7도에 이르는데다 최근 14일 이내 중동 지역에 있었다는 점을 고려해 메르스 의심환자로 진단, 오전2시7분 보건소에 신고했다.

문제는 보건당국의 역학조사를 위해 대기 중이던 A씨가 오전3시32분 임의로 병원을 빠져나갔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제4군 법정감염병인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을 가능성도 있었던 A씨가 서울 시내의 한 호텔에서 보건당국 관계자들의 통제를 받기 시작한 오전7시30분까지 약 4시간가량 무방비 상태로 노출됐다. 병원 측이 ‘메르스 의심환자 내원 시 행동지침’을 제대로 지켰는지와 무관하게 허술한 대응 논란이 일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병원의 한 관계자는 “환자와 보호자에게 격리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했지만 환자와 보호자가 임의로 에어텐트에서 나오는 등 격리를 거부했다”며 “환자와 보호자에게 격리 관련 추가 설명을 하려고 했지만 그들이 자동차로 임의 귀가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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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환자 측은 질병관리본부에 병원에서 격리 상태로 기다렸지만 의료진이 나타나지 않아 숙소로 돌아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내국인이든 외국인이든 관계없이 격리 조치 위반자에게 3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릴 수 있다. 하지만 보건당국의 공무원이 아닌 의료진에는 법률에 따른 격리 조치 권한이 없다.

보건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격리 조치는 사실상 인신 구속의 효과가 있다”며 “현행법은 부작용 등을 우려해 민간인인 의료진에 이 같은 권한을 부여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즉 병원에서 환자를 메르스 의심환자로 분류하더라도 보건당국 공무원이 격리 명령을 내리기 전까지는 강제로 환자를 격리할 제도적 장치는 없다는 얘기다.

의심환자 가족과의 승강이 끝에 오전9시40분 국립중앙의료원으로 이송돼 격리된 A씨는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에서 검체 검사를 한 결과 메르스 음성 판정을 받았다. 올해 들어 보건당국에 메르스 의심환자 신고 건수는 지금까지 총 311건이다. 이 중 한국인 65명, 외국인 12명 등 모두 77명이 의심환자로 분류됐지만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한편 이날 복지부는 감염병예방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안을 14일부터 다음달 23일까지 입법 예고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오는 6월부터 감염병 전파를 막기 위해 입원치료나 강제격리 처분을 받은 경우 유급휴가를 받을 수 있다. 치료비 및 생활비 지원도 이뤄진다. 비용은 정부가 부담한다. 국립중앙의료원은 ‘중앙 감염병 병원’으로 지정돼 감염병 전파 위기 때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된다.

임지훈·김민정·박우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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