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 비례대표에서는 국민의당이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약진을 보이며 하위순번 후보들이 줄줄이 당선되는 ‘로또’를 맞았다.
당초 국민의당은 비례대표 6번까지를 당선권으로 내다봤으며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의 핵심 측근으로 꼽히는 이태규 전략홍보본부장을 8번에 배치해 사실상 마지노선으로 정했다. 그 이후 순번은 당선권 밖으로 보고 느슨하게 심사해 이렇다 할 인물이 없었다. 하지만 지역구 출마 후보와 정당을 다르게 찍는 이른바 ‘교차투표’를 한 유권자들 덕분에 하위 순번까지 20대 국회에 입성하는 행운을 얻게 됐다.
국민의당에서 비례대표 9~13번을 받은 김삼화 전 한국여성변호사회장, 김중로 전 보병 제70사단장, 장정숙 전 서울시의원, 이동섭 서울시 태권도연합회장, 최도자 전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부회장이 대표적이다. 14일 01시20분 현재 47.7% 개표된 가운데 정당별 득표율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 당선이 유력시된다.
물리학박사로 국민의당 비례대표 1, 2번을 나란히 배정 받아 당선이 확정된 신용현 전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과 오세정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도 눈길을 끈다. 신용현 전 원장은 국책연구기관에서 30년을 근무하고 2010년 올해의 여성과학기술자상 공학 부문 수상의 이력을 지니고 있다. 기초과학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연구하는 국회를 위해 앞장설 것으로 기대된다. 오세정 교수는 미국 스탠퍼드대 물리학박사로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 미래의 일자리 창출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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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은 주요 공약과 연계된 이력의 비례대표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비례대표 1번에 공천된 송희경 전 KT 전무는 28년 차 워킹맘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맞벌이 부부들의 표심을 공략했다. 의회에 입성하면 워킹맘의 고충을 해결하고 일하고 싶은 엄마가 자립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초등학교 학력으로 대우중공업 청소사환으로 입사한 후 62개 초정밀부품을 국산화하며 대한민국 최고 명장이 된 김규환 대한민국 국가품질명장도 새누리당 비례 6번으로 당선이 유력하다. 흙수저 출신으로 ‘을’의 서러움을 많이 겪었던 김 명장은 비정상적인 갑을관계를 정상화하고 개인의 능력과 성실성이 통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데 기여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내고 있다.
바둑기사 조훈현도 새누리당 비례대표 14번으로 당선이 유력시되고 있다. 세계 바둑계 최다인 160회 우승 기록을 보유한 조훈현 9단은 최근 세기의 대결로 화제를 모은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결에서 발견한 바둑계의 희망을 정치에 담을 것으로 전망된다.
새누리당은 당초 예상보다 지지율이 낮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당선권으로 예상됐던 20번 김본수 후보의 경우 당선을 낙관하기 어렵게 됐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비례대표 8번을 받은 이철희 전략기획본부장의 여의도행(行)이 눈에 띈다. JTBC ‘썰전-독한 혀들의 전쟁’을 진행하며 거침없는 입담을 과시해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이력을 발판으로 국회에서도 국민들의 속을 시원하게 만들 정책을 마련할지 주목된다.
지난 8년간 정부 경제정책이 실패했다고 신랄하게 비판하는 최운열 더민주 국민경제상황실장도 비례대표 4번으로 일찌감치 당선이 예상된 바 있다. 20대 국회에서 경제정책을 놓고 여당과 대립각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더민주도 국민의당의 약진에 눌려 당선이 예상되던 14번 심기준 강원도당위원장과 15번 이수혁 전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도 당선이 불투명하다.
20대 총선에서 비례대표 의석은 47석으로 19대 총선의 54석에 비해 7석이 줄었다. 비례대표 의석을 얻기 위해서는 정당이 지역구 국회의원 5석 이상을 당선시키거나 유효투표 총수의 3% 이상을 득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