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LG 시그니처 냉장고 디자이너 3인 "포르쉐값 모형 수십개 만들며 탄생…제품 아닌 작품"

시그니처 프로젝트에만 2년 올인

전 세계 냉장고 분해하며 연구

오토 스마트 도어 등 신기술 접목

삶의 질 한단계 높이는 계기될 것

LG 시그니처 냉장고 개발 주역인 이항복(오른쪽부터) 수석, 김민섭 선임, 고소연 주임이 제품을 배경으로 활짝 웃고 있다.    /사진제공=LG전자LG 시그니처 냉장고 개발 주역인 이항복(오른쪽부터) 수석, 김민섭 선임, 고소연 주임이 제품을 배경으로 활짝 웃고 있다. /사진제공=LG전자




“6개월에 하나씩 만들어내던 제품과는 제작 기간부터가 다르죠. 오롯이 2년을 시그니처 냉장고에만 공을 들였습니다. 기존에 없던 냉장고를 만들기 위해 포르쉐 1대 가격에 육박하는 모크업(mockup·모형)도 수십 개 만들었죠.”


지난 2014년 봄 LG전자 서초 연구개발(R&D) 캠퍼스에서 근무하던 이항복(46) 디자인 수석은 전화 한 통을 받았다. 기존에 없던 초(超)프리미엄 가전제품을 만들기 위한 태스크포스(TF)에 차출됐다는 소식이었다. 냉장고 디자인 경력 19년 차인 이 수석 외에도 경력 13년 차 김민섭(37) 선임연구원, 사용자경험(UX)을 연구하던 고소연(29) 주임 등도 참여해 드림팀이 꾸려졌다. 이들은 첫 회의에서 TF 팀장이 한 말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지금껏 나오지 않았던 냉장고를 디자인해보세요. 얼마가 들어도 상관없습니다. 하고 싶은 디자인을 마음껏 펼쳐보세요.”

7일 서울 여의도동 LG트윈타워에서 만난 LG 시그니처 냉장고 디자이너 3인방은 그날을 회상하며 미소를 지었다. 이항복 수석은 “보통 제품 2~3개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는데 오직 시그니처에만 집중하라고 해 처음에는 기뻤지만 곧 고난의 연속이었다”며 “지난 2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를 정도로 온 힘을 다해 만들어낸 작품”이라고 말했다.

LG 시그니처팀은 냉장고의 키워드를 ‘멋’과 ‘맛’ ‘쓰임새’로 잡고 작업에 돌입했다. 요리 전문가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음식을 즐기는 미식가가 사랑하는 냉장고를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50평 남짓한 연구 공간이 서초 R&D 센터에 마련됐고 전 세계 냉장고에 대한 분해부터 시작했다. 흔히 볼 수 있는 냉장고에서부터 초고가 빌트인 제품까지 대상은 제한이 없었다. 김민섭 선임은 “50평 남짓한 방이 각종 냉장고 부품과 모형으로 가득 찰 정도로 분석하고 또 연구했다”고 말했다.


가장 신경을 많이 쓴 부분은 쓰임새였다. 차별화를 위해서는 기존 냉장고에 없던 기능을 추가해야만 했다. 냉장고 문에 불투명 유리를 설치해 노크하면 냉장고 속을 볼 수 있는 ‘노크온 매직스페이스’, 양손에 짐을 들고 냉장고에 가까이 다가서면 문이 자동으로 열리는 ‘오토 스마트 도어’가 대표적이다. 노크온 기술은 스마트폰에서, 오토 스마트 도어 기술은 자동차의 스마트 트렁크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왔다. 고소연 주임은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기술들을 접목시킨 것이 효과를 봤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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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기술을 적용하다 보니 기술진과의 다툼도 잦았다. 오토 스마트 도어는 문이 열리는 각도뿐만 아니라 속도까지 최적화하기 위해 20명 이상의 연구원들이 몇 주간 테스트를 이어갔다. 고 주임은 “센서가 냉장고 하단에만 있어 강아지가 지나가도 열리는 걸 보고 사람 키를 인지하는 센서를 추가로 달게 됐다”고 말했다. 김 선임은 “기존에 없던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 서울 가산 연구소에서 생산 공장이 있는 창원을 한 달에 많게는 여덟 차례나 내려간 적도 있다”며 “한번 가면 2~3일씩 머물다 오니 한 달에 절반가량은 객지 생활을 한 셈”이라고 말했다.

냉장고가 아니라 스마트폰을 만들듯 1㎜에 집착하며 제작에 매달렸다. 냉장고 문에 달린 유리창 베젤 크기 1~2㎜가 달라져도 새로운 모형을 만들어 3주 이상 전시하며 여러 사람의 의견을 물었다. 이 수석은 “평소에는 밖에서 냉장고 내부가 보이지 않게 하려고 블랙 다이아몬드 코팅을 했는데 투과율이 다른 40개의 글라스를 중에서 골라 현재의 농도를 구현했다”고 말했다.

쓸수록 가치가 돋보이는 냉장고를 위해 냉장고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고 절제미를 살리는 데 집중했다. 특히 손이 닿는 부분에 메탈을 적용하고 질리지 않도록 각종 무늬와 꾸밈은 최소화했다. 김 선임은 “내가 갖고 싶은 냉장고는 어떤 모습일지를 매일매일 고민했다”고 말했다.

LG 시그니처 냉장고로 냉장고 업계에 디자인이나 기능 면에서도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이들은 전망했다. 이항복 수석은 “단순히 냉장고가 아니라 삶의 질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미래 냉장고를 미리 만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고 주임은 “쓸수록 새로운 기능을 찾는 재미가 있는 냉장고”라고 설명했다.

강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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