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힘잃은 양적완화...실망한 채권시장

구조조정 실탄 마련 위해선

한은법 개정이 꼭 필요한데

야권 반대로 사실상 불가능

금리인하 기대감 줄어들며

국고채 3년물 금리 상승세





지지부진한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기 위해 정부여당이 검토하고 있는 ‘한국판 양적완화’ 정책에 급제동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양적완화에 반대하는 더불어민주당이 제1당의 지위를 차지하면서 한국은행법 등 관련 법 개정이 요원해졌기 때문이다. 14일 채권시장에서도 이러한 분위기가 반영돼 채권 금리가 일제히 상승했다.

새누리당의 대표적 경제공약인 한국판 양적완화는 법안 개정이 선결조건이다. 현행 한은법상 한은이 직접 매입할 수 있는 채권은 정부보증채와 국공채뿐이다. 새누리당의 공약대로 한은이 발권력을 동원해 산업은행이 발행하는 산업금융채권이나 시중은행의 주택담보증권(MBS)을 발행기관으로부터 직접 사들이기 위해서는 한은법을 개정해야만 한다. 새누리당 비례대표 후보들로 구성된 공약실천단이 “20대 국회가 개원하면 100일 안에 한은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새누리당이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하면서 추진동력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한국판 양적완화를 겨냥해 “IMF 외환위기를 불러온 사고방식”이라고 말했던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발언을 들어 정책 추진이 이미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더민주뿐 아니라 38석을 확보한 제3당 국민의당도 “양적완화는 최후의 수단”이라며 선을 그은 바 있다. 국회에서 한국판 양적완화를 위한 법안 개정이 사실상 불가능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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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이후 한은에 산금채나 MBS를 매입하는 게 아니라 산은 등에 직접 출자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려 했던 정부의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다. 이 같은 방법은 이미 산금채가 시장에서 잘 소화가 되고 있는 만큼 굳이 한은의 발권력을 동원할 필요가 없다는 점, 그리고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산은의 국제결제은행(BIS) 비율 하락 등의 문제를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유력한 방안으로 꼽혔다.

하지만 한은법은 출자 등의 방법으로 한은이 영리기관의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이 역시 한은법이나 산은법을 개정해야 가능하다. 결국 ‘여소야대’의 문턱에 걸려 국회를 넘을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채권시장에도 이 같은 예상이 반영됐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3.7bp(1bp=0.01%포인트) 상승(채권가격 하락)한 1.502%로 마감하며 지난달 24일 이후 14거래일 만에 기준금리(1.50%)를 넘어섰다. 5년물·10년물도 각각 1.607%, 1.844%로 전날에 비해 4.2bp, 5.3bp 상승했다. 초장기물인 20년물과 30년물 역시 각각 전날보다 4.5bp씩 오른 1.919%, 1.948%에 거래를 마쳤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운용역은 “양적완화 공약의 기대감이 깨진 영향이 있다”며 “양적완화 추진과 함께 총선 후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기준금리 인하 등 통화정책을 압박하면서 부양 기조가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날 외국인이 국채 선물 3년물을 무려 1만6,495계약, 10년물을 6,856계약 순매도한 것도 약세에 영향을 미쳤다. 이 역시 국채 선물을 매수함으로써 기준금리 인하 등 부양책 실시에 베팅해온 외국인들이 총선 결과의 영향으로 그 가능성이 줄어들었다고 보고 포지션을 축소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금융투자협회가 81개 기관, 101명의 채권 보유·운용 관련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한은이 이달 중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응답한 비율은 86.1%에 달했다. /박준호·김상훈기자 violator@sedaily.com

김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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