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4.13총선과 노동개혁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교수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철학자 헤겔은 역사발전은 정반합의 과정이라고 했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통해 한국은 세계가 깜짝 놀랄 기적을 만들었다. 그러나 그 후 한국은 정쟁으로 날을 지세우면서 경제성장과 민주주의는 겉돌고 발전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국민들은 답답한 대한민국을 바꾸고 싶어 했다. 특히 미래가 암담한 20~30대 청년들과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40대가 그랬고, 이들은 4.13총선에서 국정을 책임진 여당을 난타했다.

여당은 4.13총선에서 왜 국민들의 외면을 받았는지 반성하고 새로운 자세로 민의에 충실하면 선택받을 수 있는 기회가 온다. 야당도 잘해서 기대이상의 성과를 낸 것이 아니니 만큼 여소야대가 되었다고 우쭐할 것 없이 민의를 받들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렇게 되면 비정상의 한국정치가 정상으로 돌아오고 빨리 시들어버린 한국경제도 제자리를 찾아 역사발전을 이어나갈 수 있다.


이 시대의 국민의 요구, 즉 민의는 무엇일까? 청년부터 노인, 그리고 자영업자부터 대기업 근로자에 이르기까지 살기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경제를 살려달라고 호소한다. 4.13총선에서 여야 모두 경제를 살린다고 했지만 공약은 재탕 수준이었고 그 행태에도 진정성이 없었다. 정치권은 4.13총선결과를 경제 살리기에 전념하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삶의 질은 고용과 임금에 좌우된다. 4.13총선으로 노동개혁의 필요성은 더 커졌다. 기득권의 벽에 부딪쳐 방황하는 20~30대 청년들이 일할 수 있도록 만들고, 생활비를 감당하기도 힘든 40대 가장의 소득이 올라가도록 돌파구를 만들어야 한다. 일각에서는 여소야대로 노동개혁의 동력이 줄었다고 걱정하지만 개혁을 어떻게 추진하는가에 따라 상황이 달라진다.


정치가 그렇듯이 개혁도 협상이다. 수준 높은 협상이 정치를 살리고 제대로 된 개혁을 가능하게 한다. 이렇게 하려면 여야 모두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기본은 정당의 입장이 아니라 국민의 이익에 충실한데 있다. 지금까지 봐왔듯이 협상에서 자신의 입장만 내세우면 싸우기 십상이다. 그러나 국민의 이익에 충실하면 여야가 윈윈(win-win)할 수 있는 좋은 대안을 많이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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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이전에 노동개혁이 추진되다가 비정규직문제에 대한 입장차 때문에 중단됐다. 파견제의 확대문제나 비정규직 근로자의 사용기간 연장문제만 봐도 그렇다. 여야가 찬성과 반대라는 입장의 문제를 넘어 일자리부족과 고용불안의 해결이라는 데에 충실했다면 비정규직의 남용과 확대를 막을 수 있는 새로운 장치를 만듦으로서 합의에 도달할 수 있었다.

한국의 고용문제는 파견제의 확장이나 비정규직 사용기간 문제를 넘어서는 차원의 개혁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추진해왔던 노동개혁의 틀로는 비정규직문제도 해결하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인구고령화에 기술혁신 그리고 세계화라는 시대 흐름에 대응하기 어렵고 일자리부족, 고용불안, 소득격차확대 등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다.

4.13총선은 노동정치(labor politics)의 단면을 보여주는 선거였다. 여야는 노동정치를 노사단체의 이익문제로 접근하고 정작 일반 근로자들의 이익은 간과했다. 골치 아픈 노동문제가 생기면 정치권은 노사정합의를 요구하고 한 발 물러났다가 시끄러워지면 나서서 싸움을 부채질하는 태도를 보였다. 정치권이 이러한 자세를 버리지 못하면 국민으로부터 외면 받아 노동정치의 쓴맛을 보게 될 것이다.

노동개혁은 대통령이 홀로 추진하는 것이 아니다. 노사정위원회가 노동개혁을 하는 곳도 아니다. 법과 제도를 바꾸고 예산을 심의하는 국회의 역할이 크다. 정치권은 노동개혁을 하면 욕먹는다고 뒷짐 져서는 안 되며 국민들의 이익만 보고 노동개혁을 추진하는데 적극 나서야한다. 개혁의 철학과 방향에 대해 여야가 공감대를 모으고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도 합의를 보아야 한다. 한국의 고용문제는 절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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