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정권 레임덕·인력감축 부담...'부실업종 재편' 추동력 약화 우려

[16년만의 여소야대, 경제 어디로]

<상> '산 넘어 산' 기업구조조정

업종별 마스터플랜 마련

기업 신용평가에도 반영

'옥석가리기' 속도낸다지만

선거참패로 밀어붙이기 한계

구조조정 차질 빚을 수도





기업 구조조정 이슈가 총선이 끝나자마자 수면 위로 급부상하고 있다. ‘범부처 구조조정협의체’ 재가동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무엇보다 협의체가 대기업 구조조정을 정조준한다는 점에서 우리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도 클 수밖에 없다. 정부는 협의체를 통해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부실업종을 재편하기 위한 마스터플랜을 공유하고 기업별 옥석 가리기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변수는 집권당의 총선 참패다. 정책당국 입장에서는 채권단을 통한 압박 외에 구조조정을 지휘할 실질적 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정권 차원의 지원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한 금융계 고위인사는 “중소·중견기업과 달리 대기업 구조조정은 정권 차원의 결단이 있어야 탄력을 받는다”며 “여당이 중심을 잡지 못하면 정책 추동력이 떨어져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 등에 신경 쓰느라 일이 진척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마스터플랜에 역행하면 페널티 부여=금융위원장 주재로 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 등 경제부처 차관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는 이르면 이달 말 모임을 갖는다. 지난해 11월 조선·철강·해운·석유화학·건설 등 5개 업종을 취약업종으로 지정한 지 5개월여 만이다. 이번 모임에서는 취약업종의 변화를 재점검하게 된다. 해운만 해도 경기의 바로미터로 꼽히는 화물선운임지수·컨테이너운임지수 등이 크게는 200포인트가량 빠지는 등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상태다. 최근 해양플랜트 계약이 줄줄이 취소되고 있는 조선 등 다른 업종도 어렵기는 매한가지다. 협의체는 주무부처의 주도로 업종별 분석보고서를 만들어 부처 간 구조조정 방향과 관련한 컨센서스를 도출할 계획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석유화학·철강 같은 업종은 산업부가, 해운 같은 업종은 해양수산부가 업종별 구조조정의 큰 그림을 마련하게 되는데 여기에는 최소한 어느 분야가 과잉이고 어떤 조치가 필요하다는 내용 등이 담기게 된다”고 말했다. 업종별 구조조정 마스터플랜이 오는 6월 금융감독원의 대기업 신용등급 평가 결과에 반영되는 점도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업종의 큰 흐름과 배치되는 기업에 대해서는 낮은 평가를 줘 산업 구조조정을 우회적으로 유인하겠다는 게 정부의 복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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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약업종 추가 지정도 검토=협의체는 취약업종을 더 지정하기 위한 검토작업에도 들어갔다. 한 협의체 관계자는 “5대 취약업종 외에 2~3개 업종을 스크린하고 있는 상태”라며 “전문가 진단 등을 종합해 평가할 것”이라고 전했다. 시장에서는 과잉 설비 부작용이 거론되고 있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종 등이 타깃이 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정부가 총선 직후 대기업 구조조정의 고삐를 바짝 죄는 데는 8월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법)’ 시행과도 연관이 있다. 원샷법 적용 대상인 공급과잉업종은 동시에 취약업종으로 분류될 수 있다. 기업의 원샷법 활용도를 넓히기를 바라는 정부로서는 기업 압박 창구로 협의체를 이용할 여지가 있다는 얘기다.

◇레임덕 가속화, 정책 추진동력 약화는 부담=하지만 정부의 의도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여권의 총선 패배로 기업 구조조정을 위한 여건 자체가 불리해졌다. 좀비기업 정리에는 이견이 없지만 인력 감축 등이 불가피해 정부도, 정치권도 내놓고 하기 어려운 게 바로 기업 구조조정이다. 정권 레임덕이 갈수록 심화될 것이 뻔한 상황이라 정책 구심력이 약화될 소지도 다분하다. 선거 정국을 피해 총선 이후를 기업 구조조정을 본격화할 적기로 상정해놓았지만 의외의 선거 결과는 이를 무위로 만들어버렸다는 분석마저 나온다. 구조조정을 다루는 정부의 한 관계자는 “원샷법만 해도 이미 국회에서 통과돼 원샷법 적용과 국회 간에 직접적 연결고리는 없다”면서도 “다만 기업 노조들이 노조 친화적인 야당을 (구조조정 과정에) 끌어들이려는 시도가 많아질 수 있어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한층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세종=이상훈·조민규기자 shlee@sedaily.com

이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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