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與小野大 정국, 정책 기상도]노동개혁 '비바람' 복지·교육은 '먹구름'

20대 총선 결과 16년 만에 ‘여소야대’ 정국이 현실화하면서 그동안 정부와 여당이 추진해온 사회 관련 정책들에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우선 박근혜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해온 노동개혁 4대 법안은 여당의 참패로 추진 동력이 크게 약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 정부와 여당이 주도했던 원격의료 확대 및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통과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이며 중앙정부와 교육감들이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 편성 등 교육정책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이에 20대 총선에 따른 정치지형 변화가 노동·복지·교육정책에 미칠 영향과 전망을 분야별로 살펴본다.






노동개혁

노동계 출신, 환노위 대거 진출할 듯

파견법 등 4대 법안 좌초 위기



‘여소야대’ 정국으로 노동개혁이 사실상 좌초할 상황에 부닥치면서 제도적인 불확실성과 산업 현장의 혼란이 가중될 우려가 커졌다.

이에 따라 근로기준법·고용보험법 같은 시급한 법안이라도 단계적으로 처리돼야 한다는 현실론이 대두된다.

14일 노동계와 국회·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20대 국회에서는 한국노총 9명과 민주노총 3명 등 노동계 출신 국회의원들이 크게 약진하면서 환경노동위원회에 대거 진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노총에서는 김성태·장석춘·임이자·문진국 등 4명이 새누리당에서, 김영주·한정애·김경협·어기구·이용득 등 5명이 더불어민주당에서 금배지를 달게 됐다.

노동계 출신 의원들이 대거 등원을 앞두고 있어 앞으로 정부의 노동개혁 추진이 험로를 겪을 것을 보인다. 19대 국회에서도 노동계 출신 강성 의원들의 반대로 5개 법안이 본회의 상정은커녕 환노위 통과도 힘들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5개 노동법안을 보면 근로기준법은 근로시간 단축과 통상임금 명확화, 고용보험법은 실업급여 지급액·지급기간 확대, 산재보험법은 출퇴근 시 산재 인정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파견법은 용접·주조 등 뿌리산업과 55세 이상 고령자에 파견허용 확대, 기간제법은 기간제근로자 사용기간 연장(2년+2년)이 골자다. 이 중 근로기준법·고용보험법·산재보험법은 그나마 여야가 의견 접근을 이뤘고 파견법과 기간제법은 비정규직을 양산할 수 있다는 이유로 야당의 반발이 거세다.

하지만 정부는 19대 마지막 임시국회에서 4개 법안 처리에 최선을 다한다는 방침으로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기간제법을 중장기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한 발 물러섰지만 파견법마저 제외할 경우 개혁 취지가 퇴색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여당의 총선 참패로 법안 처리 동력을 되살리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자칫 개혁 명분만 쥐고 있다가는 대선 국면까지 넘어가게 돼 아예 개혁이 무산될 공산도 크다. 이 경우 어려운 경제여건 속 노동시장 불확실성으로 인한 채용절벽뿐 아니라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이중구조 문제가 심화할 우려가 크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입법적인 정비와 판례에 따른 혼란을 막기 위해서는 여야가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지지 말고 노동개혁의 원래 취지인 청년고용과 이중구조 해소를 위해 이견이 덜한 3개 법안을 단계적으로 진행하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법안 처리가 차일피일 미뤄지는 사이 대법원이 4년 가까이 미뤄온 근로시간 단축(휴일수당 중복할증) 판결을 하게 되면 현장의 혼란은 극대화될 수밖에 없다. 만약 1심·2심과 같은 결정이 나오게 되면 휴일근로수당에 연장근로수당까지 가산해서 지급해야 해 통상임금 때와 마찬가지로 줄소송이 일어나고 중소 업계의 인력난과 인건비 부담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이 때문에 시급성과 절박성을 고려할 때 3개 법안이 아니라 근로기준법과 고용보험법 등 한두 개 법안이라도 단계적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실적으로 기간제·파견 등 비정규직 이슈는 야당의 성향을 참작할 때 어렵다고 봐야 한다”면서 “무리하게 추진하다 모든 개혁을 다 무너뜨리기보다는 여야가 합의할 수 있는 최우선순위를 정해놓고 대승적 견지에서 처리하는 것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복지

원격의료 허용 담은 의료법 개정 제동

서비스법도 위태...건보료 개편은 탄력




20대 총선에서 여당이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하면서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원격의료 허용 의료법 개정과 의료산업 지원 등을 골자로 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제정 작업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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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이 반대 견해를 보이는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의 조직개편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반해 더불어민주당이 총선 공약으로 내세웠고 여당도 큰 틀에서 반대하지 않는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은 탄력을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1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진엽 장관은 이날 방문규 차관 등 고위간부들과 영상회의를 열어 20대 총선 결과에 따른 부처 차원의 대응방안을 모색했다.

정 장관은 이 자리에서 총선 결과가 복지부 정책에 미칠 영향 등을 보고받고 법 통과가 시급한 사안들을 직접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주사기재사용금지법’ ‘경력단절여성 국민연금 추후납부허용법’ 등 19대 국회 회기 내에 처리할 수 있는 법안 통과를 위해 최선을 다하자고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18대 국회 끝물인 지난 2012년 5월에는 약사법·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 등 무려 8개 법안이 같은 날 처리된 바 있다. 특히 회의에서는 20대 국회 입법추진전략에 대해서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주요 설득 대상 당이 두 곳에서 세 곳으로 늘어난 것은 정부 입장에서 어찌 됐든 힘든 일”이라며 “서비스발전법 등 정부 주도 법안은 더 총력적인 노력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의료법을 개정해야 가능한 원격의료 본격 실시도 정부의 강력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쉽지 않으리라고 관측된다. 더민주와 국민의당 등 야당이 반대 견해를 분명히 밝혔기 때문이다.

기금운용본부 공사화 등 국민연금 조직개편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전주시는 기금운용본부가 공사로 전환되면 공공기관지방이전특별법 대상에서 제외돼 전주가 아닌 다른 지역에 설립될 가능성이 있다며 공사화를 반대하고 있다. 정동영 국민의당 후보가 현 보건복지위원회 야당 간사인 김성주 더민주 의원을 누르고 20대 국회의원에 당선됐지만 전주 민심을 거스르는 법 개정에는 김 의원과 마찬가지로 반대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연기금 투자처와 관련해서는 각 당의 공략이 서로 달라 혼선이 예상된다. 다만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작업은 힘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세부 내용에서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여당과 야당 모두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는 점이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싣는다. 복지부도 이른 시일 내에 이를 마무리 지을 방침이다.



교육

누리과정 예산 등 다시 수면위로

고교 무상교육 시행 급물살 탈 듯



20대 총선이 ‘여소야대’로 막을 내리면서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던 교육정책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교육정책에 대한 불만이 이번 총선 결과에 드러났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어 정책 추진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14일 교육계에 따르면 4·13 총선 이후 누리과정 예산 편성, ‘대학구조개혁법’ 입법, 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 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누리과정의 경우 정부는 국고지원 대신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일부를 누리과정 예산에 포함시키는 것을 의무화하는 ‘지방교육정책지원 특별회계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애초 20대 국회에서 무난하게 처리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번 총선으로 여소야대가 되면서 법안 처리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민주당이 0~5세 보육과 교육을 모두 국가 책임으로 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고 국민의당·정의당 등도 누리과정 예산을 모두 국고로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령인구 감소와 대학 경쟁력을 높이려는 방안으로 추진되고 있는 ‘대학구조개혁법’ 역시 입법까지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다. 대학 평가 결과에 따라 정원 감축을 유도하는 산업연계교육활성화선도대학(프라임) 사업 등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지만 무분별한 학과 통폐합과 상대적으로 소외된 인문학 계열의 의견 반영 부재 등으로 야당의 비판을 받으면서 아직 국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넘지 못하고 있다.

야권과 진보 진영의 반발을 일으켰던 역사 교과서 국정화 작업도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에서는 국정화를 진두지휘했던 황우여 전 교육부 장관의 낙선이 국정교과서에 대한 역풍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올 정도로 국정교과서 문제가 정부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편 고교 무상교육 시행을 공약으로 내세웠던 더민주가 다수당이 되면서 고교 무상교육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새누리당도 지난 대선 공약에서 단계별 고교 무상교육 시행을 주장했던 만큼 의견 조율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직 고교 무상교육에 대한 뚜렷한 재원 마련 방법이 제시되지 않아 실현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가능성도 높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관계자는 “야당은 이번 총선 승리를 재원 마련이 불투명하고 미래세대가 감당하지 못할 무상복지정책 추진을 강화하라는 뜻으로 해석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세종=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

/세종=임지훈기자 jhlim@sedaily.com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

이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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