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시멘트 335포대의 교훈





이달 초 2박 3일의 짧은 일정으로 베트남을 다녀왔다. 한국농어촌공사에서 추진하는 해외사업과 신규사업 개척을 위해 베트남 정부 관계자를 면담하고 관련 기관 및 사업현장을 방문하는 일정을 소화했다. 쯔엉떤상 전 국가주석과 차기 경제부총리로 내정된 까오 득 팟 농촌개발부 장관과 면담에 앞서 농촌개발총연맹(총재 호 쑤언 훙)을 방문한 자리에서 특별한 대접을 받았다. 2010년부터 5년간 베트남 정부가 추진한 3농 정책(농업·농촌·농민)의 추진과정과 성과를 엮은 백서를 발간했는데 그동안 필자의 자문이 큰 도움이 돼 한국의 농촌개발을 모델로 한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외국인으로서는 유일하게 필자가 백서에 소개됐다며 책자를 선물로 주었는데 지지난해 받은 베트남국민훈장과 함께 개인적으로 큰 영광이 아닐 수 없었다.


베트남 전 국가주석과는 오래전부터 인연이 있어 농업·농촌 분야에 이런저런 자문을 해왔다. 많은 얘기 중 그가 가장 관심 있어 했던 부분이 지금도 생생히 기억난다. “3농 정책 성공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고 나는 “주민의식, 즉 스스로 하고자 하는 정신이 가장 중요하다”고 답했다. 마을과 국가지도자 등 리더의 의식개혁이 우선돼야 한다는 점을 말한 것이다. 그리고 40여년 전 한국의 사례를 들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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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 4월 박정희 대통령 지시로 전국 3만3,267개의 마을에 마을당 시멘트 335포대가 새마을 가꾸기 사업으로 지원됐다. 필자는 그해 9월에 농림부 사무관으로 처음 배치된 뒤 맡은 일이 새마을 운동 업무였기 때문에 진행과정을 잘 알고 있다. 1년 후 그 시멘트가 어떻게 쓰였는지 조사했는데 대체로 세 그룹으로 분류됐다. 첫 번째 그룹은 아무 성과가 없었다. 이장을 비롯한 몇몇이 시멘트를 개인적으로 나눠 가졌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배당된 시멘트만을 이용해 새마을 가꾸기를 추진한 경우인데 그런대로 사업성과는 거뒀지만 크게 개선되지는 않았다. 세 번째는 이장과 새마을 지도자를 비롯한 뜻있는 리더와 어른들이 머리를 맞대고 의논해 추가로 비용을 부담하거나 사유지를 내놓음으로써 사업이 예상보다 훨씬 잘 추진되고 엄청난 성과도 거뒀다.

똑같이 시멘트 335포대로 시작했지만 결과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한국의 새마을 운동이 정신운동이자 의식혁명운동으로 평가받으며 동남아와 아프리카 등지에 새로운 한류로 확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40여년 전 농촌 마을 곳곳에서 불었던 ‘시멘트 335포대의 교훈’, 즉 어려운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그냥 나눠 먹지도 않고 함께 힘을 보태 일어나 보겠다는 자립과 자조·협동의식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상무 한국농어촌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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