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경제민주화 쓰나미 몰려오나…" 재계, 여소야대 정국에 속앓이

野, 대기업 지배구조 정조준

순환출자 해소에 자금 투입땐

연구개발·시설투자 엄두 못내

법인세·최저임금 인상도 탄력

조선 구조조정 불가능 관측도



16년 만의 여소야대 정국에 재계가 끙끙 앓고 있다. 서비스산업법이나 노동개혁 4법 같은 경제활성화법은 정부나 여당이 강하게 밀어붙이기가 어려워졌고 정부가 추진 중인 투자나 경기활성화 대책도 힘을 잃게 됐다.

더 큰 문제는 경제민주화다. 기업들 사이에서는 ‘쓰나미’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경제민주화 등에 대한 우려감이 짙게 배어나오고 있다. 법인세 인상 등의 문제는 ‘돈’으로 해결될 부분이지만 대기업 순환출자 개선 문제가 다시 정면으로 올라올 경우 대기업 지배구조 전반에 수술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차원이 다르다. 기업들은 총선 결과에 대해 겉으로는 쉬쉬하면서 눈치를 살피고 있지만 속으로는 “올 것이 왔다”며 크게 걱정하고 있다.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14일 “선거 결과에 대해 이렇다저렇다 말할 수 있는 분위기조차 되지 않는다”면서도 “경제민주화를 내세워 야당이 승리한 꼴이기 때문에 이 분위기가 대선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과거 대선 때처럼 분배냐 성장이냐를 놓고 계속 사회갈등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며 “경제회복을 위해 만들어 놓은 판이 깨질 것 같다”고 토로했다.

실제 야당은 대기업 지배구조를 정조준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만 해도 이번 총선 때 기존 순환출자 해소와 우회출자 규제 강화, 공익법인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에 대한 의결권 행사 제한을 내걸었다.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지난 6일 있었던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순환출자 문제로 옥신각신하는데 근본적으로 순환출자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재벌 집중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대기업 지배구조에 손을 댈 것임을 분명히 했다.

기존 순환출자 해소는 기업들에 ‘핵폭탄’과 다름없다. 기존 순환출자를 해소하려면 천문학적인 비용이 든다. 삼성만 해도 2조4,300억원이 필요하다는 추산이 있다. 지배구조 개편에 돈을 쏟아붓다 보면 연구개발(R&D)이나 시설투자에 쓸 돈이 부족해져 기업 경쟁력은 후퇴하고 국내 경기는 더 나빠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인세 인상과 최저임금 인상, 청년고용의무할당제처럼 기업에 부담을 주는 정책도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법인세만 해도 야당 측은 과표 500억원 이상의 경우 22%인 법인세율을 25%로 높이자고 주장하고 있다. 더민주는 오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달성과 비정규직사용부담금제 신설을, 국민의당은 비정규직 부담 사회보험료 기업 전액 부담 같은 공약을 내세워 총선에서 선전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이번 총선을 두고 “선거 과정에서 제시된 공약들은 합리적인 관점에서 재검토하고 국가와 국민의 미래를 위한 의정활동을 펼쳐주기를 당부한다”고 밝힌 것도 이런 걱정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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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의 한 관계자는 “최저임금제만 놓고 봐도 1만원으로 인상시키는 안이 탄력을 받게 됐다”며 “앞으로 대기업과 재벌에 대한 지배구조 투명화, 총수 연봉 공개, 등기 의무화, 비정규직 해소 같은 정책이 계속 추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정 지역과 연계한 ‘투자공약’도 더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더민주는 총선 직전 삼성의 스마트카 공장을 광주광역시에 유치하겠다고 공언했다. 더민주가 호남에서 당초 예상만큼 선전하지 못했지만 향후 대선을 생각한다면 기업을 향한 투자압박은 세질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정부의 기업 활성화 정책에 김이 빠질 것이라는 점도 재계 입장에서는 고민거리다.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과 파견법, 근로기준법, 고용보험법, 산재보험법 등을 개정하는 내용의 노동개혁법은 20대 국회 구성을 보면 앞으로도 쉽게 처리되기 어렵다는 게 재계 시각이다.

일각에서는 노동권 출신 후보들의 당선으로 조선 분야 구조조정이 불가능해질 것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울산 동구에서 당선된 김종훈 후보는 옛 통합진보당 출신으로 처음부터 현대중공업 구조조정 저지를 최우선으로 내세웠다. 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정부나 여당이 추진하는 법안은 국회에서 쉽게 통과되기가 어려울 것”이라며 “야당이 힘을 합쳐 경제민주화 법안을 만들어 여당을 압박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이 크다”고 전했다.

재계의 또 다른 한 관계자는 “정부가 추진했던 규제개혁은 속도가 느려지고 경제민주화는 물밀 듯 밀려올 것”이라며 “지금으로서는 경제민주화 논리를 막아내기가 마땅치 않아 사면초가의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

구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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