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카드

밴사에 칼 빼든 금감원, 무서명 거래 활로 틀까

KIS정보통신 등 10여곳 대상

불법 리베이트 관행 조사키로

소액결제 무서명 협상에 영향

결과 따라 합의점 도출할수도





금융 당국이 신용카드 전산망을 관리하는 밴(VAN) 업계의 불법 리베이트 관행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에 착수한다. 소액결제 무서명거래(No CVM)가 카드사, 밴사, 밴 대리점 등 이해 당사자 간의 팽팽한 대립으로 답보 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시작되는 조사여서 배경과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4일 금융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 여신전문검사실은 밴사의 리베이트 관행과 관련해 대대적으로 조사에 나선다.


금감원은 지난해 11월부터 대형 밴사 세 곳을 집중 검사한 데 이어 이르면 다음주부터 KIS정보통신 등 10여 곳을 순차적으로 조사할 예정이다. 밴사들이 신용카드 가맹점에 리베이트를 줬는지가 주요 점검 대상이다. 지난해 7월 여신전문금융업법이 개정되면서 연매출 1,000억원 이상 대형 가맹점은 밴사로부터 현금과 현물 리베이트를 받을 수 없도록 했지만 밴사들이 편법을 통해 대형 가맹점에 리베이트를 주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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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금감원은 농협하나로유통과 관련, 지난해 법 개정 이후 밴사들로부터 불법 리베이트를 받은 것으로 판단해 최근 검찰에 관련 자료를 넘겨 수사를 의뢰한 상황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올해 밴사들에 대해 불법 리베이트 여부 등을 상시적으로 조사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한편 카드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금감원 조사가 카드 소액결제 무서명거래 협상에 영향을 주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카드 소액결제 무서명거래는 5만원 미만의 금액을 카드로 결제할 때 본인 확인 과정인 서명을 생략하도록 한 방식으로 금융 당국이 당초 이달부터 전면 시행할 계획이었다. 무서명거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결제가 빨라지고 카드사는 전표매입 수수료 비용부담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카드 단말기를 설치·관리하는 밴 대리점 측이 집단행동에 나서며 시행 시기가 불확실한 상황이다. 밴 대리점은 지난해 기준 카드 평균 결제금액이 4만6,533원에 불과한 만큼 5만원 미만 금액에 대해 전표매입 수수료를 받지 못하면 수입이 50% 이상 감소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카드 업계는 밴 대리점의 줄어드는 수입을 밴사가 상당 부분 책임지라고 주장하는 반면 밴사는 지난해 카드 업계와의 수수료율 협상으로 수익이 줄어든 만큼 양보할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이렇게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는 상황에서 금융 당국이 밴사의 음성 리베이트 관행을 밝혀낸다면 밴사가 우선 밴 대리점의 수입 감소분을 책임지고 카드사도 일부 부담을 지는 형태로 합의안을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카드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밴사가 카드사로부터 받은 수수료의 70% 이상을 가맹점 리베이트로 쓰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밴사가 리베이트로 쓰던 돈을 밴 대리점에 지급하는 형태로 영업 관행을 바꾼다면 카드사도 일정 부분 밴 대리점에 비용을 부담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동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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