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정책

국민연금 '짠물 배당기업' 옐로카드 늘었다

올 주총서 23곳 재무제표 승인 반대...작년보다 6건 증가

이사 등 과도한 보수·경영권 방어 위한 정관변경도 제동



국민연금이 올해 정기주주총회 시즌 동안 배당에 인색한 기업에 강한 경고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또 경영성과에 비해 과도한 이사 보수 한도나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있는 경영권 방어 목적의 정관변경안에 대해서도 반대표를 던졌다.


14일 서울경제신문이 국민연금의 올해 정기주주총회(573개 기업 대상) 의결권 행사 내역을 분석한 결과 국민연금은 전체 3,151개(미행사 안건 제외) 안건 중 309건(9.6%)에 대해 반대의결권을 행사했다. 반대의결권을 행사한 안건은 사내이사·사외이사·감사 등 이사선임 안건이 67.98%로 가장 높았고 정관변경(17.82%), 과소배당(7.59%) 등으로 나타났다. 반대의결권 행사를 전년과 비교하면 이사선임·정관변경 등은 지난해와 비교해 비슷한 수준이지만 저배당 기업 안건에 대한 반대는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관련기사



국민연금은 올 주총에서 과소배당을 사유로 롯데푸드·CJ E&M·광주신세계·태광 등 총 23개 기업의 재무제표 승인 안건에 대해 반대표를 던졌다. 이는 전년 정기주주총회에서 재무제표 승인을 반대한 사례 17건보다 6건이나 늘어난 수치이며 지난 2014년(12건)에 비해서는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광주신세계·CJ E&M·롯데푸드·현대그린푸드·컴투스 등 총 10개 기업은 지난해와 올해 두 번 연속 국민연금으로부터 저배당 경고를 받았다. CJ E&M은 2010년 상장 이후 처음으로 올해 1주당 200원, 총 77억원을 배당했으나 “여전히 배당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고 지난해 당기순이익 1,258억원을 기록했으나 ‘무배당’을 고집한 컴투스에 대해서도 국민연금은 2년 연속 옐로카드를 행사했다. 반면 지난해 정기주총에서 과소배당 판정을 받은 현대모비스·한미사이언스 등은 배당을 늘리며 국민연금으로부터 찬성표를 받아냈다. 현대모비스는 올해 배당성향을 전년(8.4%)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19.3%까지 끌어올렸고 한미사이언스는 6년 만에 첫 배당(배당성향 24.3%)을 실시했다. 업계에서는 2년 연속 배당 ‘부적격’ 판정을 받은 기업은 국민연금이 현재 추진하고 있는 ‘저배당 블랙리스트’에 포함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연금은 이들 ‘저배당 블랙리스트’ 기업에 대해 1년간 배당정책 개선 여부를 평가할 방침이다. 1년 동안 배당 정책에 변화가 없는 곳은 내년 4월 ‘중점관리 기업’으로 지정, 다시 1년 동안 개선 여부를 평가해 명단 공개 등 고강도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국민연금이 이처럼 배당에 방점을 찍는 것은 저금리·저성장 기조와 맞물려 국내 주식시장이 장기 박스권에 갇혀 있는 만큼 투자 기업의 배당 확대를 통한 수익률 제고가 절실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아울러 이사 및 감사들의 과도한 보수 수준에도 제동을 걸었다. 국민연금은 총 16개 기업의 이사 및 감사 보수한도액 승인 안건에 대해 반대표를 행사했다. 지난해보다 2배나 많다. 특히 두산·두산인프라코어·두산중공업·두산엔진 등 두산그룹 주요 계열사의 이사 보수한도액 승인 안건에 모두 반대표를 던지며 충격을 주기도 했다. 과도한 경영권 방어를 위한 정관변경도 발목을 잡았다. 주주가치가 훼손될 경우 국민연금의 수익률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대표적으로 서울옥션이 적대적 인수합병(M&A)으로 대표이사가 해임될 경우 퇴직금과 별도로 퇴직보상액으로 대표이사에게 100억원 이상, 이사에게 20억원 이상을 지급한다는 내용의 황금낙하산제도를 도입하자 국민연금은 바로 반대표를 던졌다.

박준석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