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정쟁에 밀린 '여야 정책협의'...DJ정부 구조개혁 용두사미로

2000년 여소야대 때는 어땠나

DJ-이회창 "협력" 불구 총리·검찰 문제로 급랭

구조조정·경제활성화 등 개혁 법안 국회처리 뒷전

국정운영 동력 급속 상실 속 제2 IMF 우려 확산

"현경제 16년전보다 심각...여야 리더십 발휘해야"

16년 만에 ‘여소야대’ 구도가 형성되면서 과거 여소야대 당시의 경제정책, 국정운영 방식이 어떠했는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1997년 말 외환위기 당시 집권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이후 2년여간 강력한 구조조정 드라이브를 걸었다. 하지만 2000년 총선에서 야당이던 한나라당이 제1당을 차지하면서 여야의 정치적 대립이 격화됐고 구조조정 등 경제현안은 뒷전으로 밀려난 바 있다. 대외여건 등을 볼 때 현재 경제상황은 그 당시보다 심각해 앞으로 여야 지도부가 타협의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경제에 상당한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00년 4·13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133석, 새천년민주당은 115석을 차지했고 총선 직전 민주당과 결별을 선언해 중립으로 평가받던 자유민주당은 17석을 얻어 ‘여소야대’ 구도가 형성됐다. 기업·금융 구조조정에서 국회의 협조가 필수적이었던 김 전 대통령은 총선 패배 후 11일 만인 4월24일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총재와 전격 영수회담을 개최한다. 이 자리에서 양측은 “국정안정을 위해 여야가 건설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총선에서 양당이 내놓은 공약 중 같은 부분에 대해서는 여야 정책협의체를 만들어 조속히 이행한다”는 데 합의했다.

하지만 우호적인 분위기는 한 달이 채 가지 않았다. 김 전 대통령이 5월 신임 총리로 이한동 자민당 총재를 지명하자 한나라당은 극렬히 반발하며 여야의 소통창구였던 정책협의체 중단을 선언한다. 10월 영수회담이 다시 열려 ‘영수회담 2개월마다 개최’에 합의했지만 12월 한나라당이 검찰총장 등 검찰 수뇌부 탄핵소추안을 제출하자 정국은 다시 급랭했다.


그 사이 기업·금융 구조조정, 경제 활성화 법안은 국회에서 뒷전으로 물러났다. 외환위기 여진으로 한시가 급한 와중에 6월에 국회에 제출된 핵심 개혁법안인 금융지주회사법·기업구조조정투자회사(CRV)법·조세특례제한법·소득세법개정안 등은 10월에야 국회를 통과했다. 이후 시행령, 시행규칙 개정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되며 구조조정은 그만큼 지연됐다. 특히 워크아웃 기업에 대한 조세감면을 담은 조특법이 통과되지 않아 대우와 대우중공업 간 회사 분할도 지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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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안도 마찬가지였다. 2000년 말 이듬해 예산안을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1963년 헌법 개정 후 처음으로 국회 회기 내에 처리하지 못하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예산안은 새 회계연도 개시 6일을 앞둔 2000년 12월26일에야 통과됐다. 이에 ‘정치 리스크’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3년 만에 제2의 IMF 사태 우려’ 등이 확산했고 외국인 자금 이탈도 가속화했다. 총선 직전인 2000년 3월 코스피에서 3조7,000억원어치를 순매수한 외국인은 4월 총선 때는 198억원 순매수에 그쳤으며 9월에는 1조원 순유출을 기록했다.

파장은 2001년에도 이어졌다. 당시 8월15일 평양에서 열린 통일대축전 행사에 참석한 평양방문단 일부가 김일성 주석 생가 방명록에 ‘만경대 정신’ 등의 글을 남겨 파문을 일으켰고 9월 결국 임동원 통일부 장관 해임안이 가결되면서 정쟁이 극으로 치달았다. 2001년 12월 국회에서 금융 구조조정의 핵심 법안으로 분류된 4조5,000억원 규모의 예보채 보증동의안 처리가 이듬해로 미뤄졌다. 정부는 금융 구조조정에 있어 손발이 묶이게 됐다. 이외에도 △은행법 △금융지주회사법 △증권투자신탁업법 △증권투자회사법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법 등 금융 구조조정의 핵심 법안들의 처리가 줄줄이 지연됐다. 2001년 8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01년 한국경제보고서’를 통해, IMF 이사회는 ‘사후관리 프로그램 협의에 대한 토의 결과’ 보고서에서 동시에 “한국의 더딘 기업 구조조정에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다만 당시 추가경정예산은 어려웠던 경제여건을 감안해 국회에서 통과됐다. 2000년 10월에는 정부 원안에서 1,275억원을 삭감한 2조2,623억원의 추경예산안이 통과됐으며 2001년에도 미 9·11 테러, 미 닷컴 버블 붕괴 등으로 성장률이 반토막(2000년 8.9%→2001년 4.5%) 나고 2000년 2.3%였던 물가상승률도 2001년 4.1%로 급등하자 5조555억원의 추가경정예산을 정부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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