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노동개혁 좌초 위기. 시급한 3개 법안이라도 서둘러 처리해야 현실론 대두

‘여소야대’ 정국으로 노동개혁이 사실상 좌초할 상황에 부닥치면서 제도적인 불확실성과 산업 현장의 혼란이 가중될 우려가 커졌다. 이에 따라 근로기준법ㆍ고용보험법 같은 시급한 법안이라도 단계적으로 처리돼야 한다는 현실론이 대두된다.

14일 노동계와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20대 국회에서는 한국노총 9명과 민주노총 3명 등 노동계 출신 국회의원들이 크게 약진하면서 환경노동위원회에 대거 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19대의 김영주, 한정애, 심상정 의원 등 외에도 한국노총 위원장 출신인 이용득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과 민주노총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은 김종훈 당선인 등이 가세할 전망이다.


노동계 출신 의원들의 등원에 따라 앞으로 정부의 노동개혁 추진이 험로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19대 국회에서도 노동계 출신 강성 의원들의 반대로 5개 법안이 본회의 상정은커녕 환노위 통과도 힘들었기 때문이다. 근로기준법ㆍ고용보험법ㆍ산재보험법은 그나마 여야가 의견 접근을 이뤘고 파견법과 기간제법은 비정규직을 양산할 수 있다는 이유로 야당의 반발이 거세다.

정부는 19대 마지막 임시국회에서 4개 법안 처리에 최선을 다한다는 방침으로 기존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기간제법을 중장기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한 발 물러섰지만 파견법마저 제외할 경우 개혁 취지가 퇴색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여당의 총선 참패로 법안 처리 동력을 되살리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자칫 개혁 명분만 쥐고 있다가는 대선 국면까지 넘어가게 돼 아예 개혁이 무산될 공산도 크다. 이 경우 어려운 경제여건 속 노동시장 불확실성으로 인한 채용절벽뿐 아니라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이중구조 문제가 심화할 우려가 크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입법적인 정비와 판례에 따른 혼란을 막기 위해서는 여야가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지지 말고 노동개혁의 원래 취지인 청년고용과 이중구조 해소를 위해 이견이 덜한 3개 법안을 단계적으로 진행하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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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법안 처리가 차일피일 미뤄지는 사이 대법원이 4년 가까이 미뤄온 근로시간 단축(휴일수당 중복할증) 판결을 하게 되면 현장의 혼란은 극대화될 수밖에 없다. 만약 1심ㆍ2심과 같은 결정이 나오게 되면 휴일근로수당에 연장근로수당까지 가산해서 지급해야 해 통상임금 때와 마찬가지로 줄소송이 일어나고 중소 업계의 인력난과 인건비 부담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이 때문에 시급성과 절박성을 고려할 때 3개 법안이 아니라 근로기준법과 고용보험법 등 한두 개 법안이라도 단계적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실적으로 기간제·파견 등 비정규직 이슈는 야당의 성향을 참작할 때 어렵다고 봐야 한다”면서 “무리하게 추진하다 모든 개혁을 다 무너뜨리기보다는 여야가 합의할 수 있는 최우선순위를 정해놓고 대승적 견지에서 처리하는 것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편 새누리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5개 노동법안을 보면 근로기준법은 근로시간 단축과 통상임금 명확화, 고용보험법은 실업급여 지급액ㆍ지급기간 확대, 산재보험법은 출퇴근 시 산재 인정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파견법은 용접ㆍ주조 등 뿌리산업과 55세 이상 고령자에 파견허용 확대, 기간제법은 기간제근로자 사용기간 연장(2년+2년)이 골자다.

/세종=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

황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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