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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타는 영화&경제](25) ‘지골로 인 뉴욕’과 성매매 불법화 논란

뉴욕의 한 꽃집에서 일하던 휘오라반테(오른쪽)은 여성에게 성을 파는 지골로가 된다. /출처=네이버영화뉴욕의 한 꽃집에서 일하던 휘오라반테(오른쪽)은 여성에게 성을 파는 지골로가 된다. /출처=네이버영화




#독일, 15년만에 성매매 규제 검토


2001년 성매매를 합법화한 독일도 ‘유럽의 사창가’라는 비난을 어쩔 수 없었나 보다. 독일 대연정이 강제성매매 규제를 위한 검토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들린다. 프랑스 의회도 해묵은 논란 끝에 성 매수자를 처벌하는 법안을 최근에 통과시켰다. 이에 앞서 헌법재판소의 성매매특별법 합헌결정이 내려진 우리나라에서도 성매매 불법화를 둘러싼 격론이 있었다. 성매매는 범죄일까 필요악일까.

지골로가 된 휘오라반테는 포주와 성매매 수익을 6대 4로 나누기로 합의한다.  /출처=네이버영화지골로가 된 휘오라반테는 포주와 성매매 수익을 6대 4로 나누기로 합의한다. /출처=네이버영화


#꽃집 남자가 뉴욕의 ‘지골로’로 변신

영화 ‘지골로 인 뉴욕’에서 성 판매자는 여성이 아니라 꽃집에서 일하던 휘오라반테(존 터투로)라는 사내다. 휘오라반테는 어느날 같은 마을에 사는 선배 머레이(우디 앨런)로부터 황당한 제안을 받는다. 한 여성으로부터 한 차례에 1,000달러를 받는 조건으로 성 매수를 요청받았다면서 지골로(남창)를 해볼 생각이 없냐는 것이다. 일언지하에 거절하는 휘오라반테. 그러나 “자넨 여자들이 좋아하는 특별한 재능이 있다”며 꼬드기는 머레이의 끈질김을 끝까지 물리치진 못한다. 결국 휘오라반테는 성매매 수익을 머레이와 6대 4로 배분하는 조건으로 지골로 일을 시작한다.

관능적인 여의사 파커는 남편과의 겉도는 관계 탓에 삶에 공허함을 느낀다. /출처=네이버영화관능적인 여의사 파커는 남편과의 겉도는 관계 탓에 삶에 공허함을 느낀다. /출처=네이버영화


#여의사 파커, 따뜻한 손길에 위로받아

남자의 성을 사겠다는 여성은 관능적인 피부과 여의사 파커(샤론 스톤)이다. 남편과의 공허한 관계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지지고 있는 그녀는 다른 남성과의 성관계를 통해서라도 치유를 받고 싶어 한다. 지골로로서 타고난 재능이 있음을 과시라도 하듯, 휘오라반테는 섬세하고 따뜻한 손길로 파커의 공허함을 가득 채워준다.

지골로의 놀라운 치유능력을 체험한 파커는 친구 셀리마(소피아 베르가라)에게도 만남을 주선한다. 셀리마에게도 휘오라반테는 멋진 춤으로, 따뜻한 말씨와 시선으로 그녀의 고독한 영혼을 위로한다.

휘오라반테는 아비갈(왼쪽)의 정갈하고 순결한 마음씨에 반한다. /출처=네이버영화휘오라반테는 아비갈(왼쪽)의 정갈하고 순결한 마음씨에 반한다. /출처=네이버영화



#순결한 여성의 매력에 빠져버린 지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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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세 번째로 등장하는 여성은 6남매를 혼자 키우며 살아가는 아비갈(바네사 파라디)이다. 유대인 규율을 철저히 지키며 살아가는 아비갈에게 머레이가 다가가 속삭인다. “당신에겐 온기와 열정이 필요하다”라고. 휘오라반테를 만나게 된 아비갈은 그 따뜻한 손길에 너무나 감동한 나머지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다.

눈물은 사랑으로 이어지기 마련인가. 아비갈의 순결한 매력에 지골로는 푹 빠져버린다. 그러나 사랑은 뜻하지 않은 암초를 만난다. 오랫동안 아비갈을 짝사랑해온 방범대원 도비(리브 슈라이버)가 갑자기 꽃처럼 밝아진 그녀의 모습을 질투한 끝에 집요하게 뒷조사에 나섰기 때문이다. 결국 포주와 성 판매자, 성 매수자의 위험하고 부적절한 관계는 유대인 공동체의 심판대에 오르게 된다.

성매매의 역사가 기나긴 만큼이나 성매매를 둘러싼 심판의 잣대도 숱하게 많다. /출처=네이버영화성매매의 역사가 기나긴 만큼이나 성매매를 둘러싼 심판의 잣대도 숱하게 많다. /출처=네이버영화


#성매매에 대한 심판의 잣대는 무궁무진

현실 세계에서도 오랜 역사를 통해 성매매에 대한 숱한 심판의 잣대가 존재해 왔다. 경제학의 관점 또한 다양하다. 대표적인 성매매 규제론으로는 ‘비가치재(derit goods)이론’이 있다. 매춘이 술이나 담배, 마약처럼 사회적 가치를 손상시킨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규제가 정당성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국가가 성매매에 대한 개인의 선택을 규제할 수 있는 그 어떤 경제적 논리도 성립할 수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성매매 불법화는 암시장의 형성을 부추기고, 성병의 확산과 단속공무원의 부패 등 부작용만 키울 뿐이라는 것이 반론의 근거다.

얼마 전 성매매 처벌에 대한 헌재의 합헌결정 때도 재판관들의 견해에 엇갈림이 있었다. 물론 다수 의견은 “성판매는 성을 도구화하는 측면에서 자발적이든 강제적이든 본질적으로 같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성매매는 신체를 이용한 여타의 노동과 다르지 않다”는 소수의견도 존재했다.

성매매를 둘러싼 부적절하고 아슬아슬한 관계를 영화 ‘지골로 인 뉴욕’은 희극적인 방식으로 정리해낸다. /출처=네이버영화성매매를 둘러싼 부적절하고 아슬아슬한 관계를 영화 ‘지골로 인 뉴욕’은 희극적인 방식으로 정리해낸다. /출처=네이버영화


#“그의 눈을 봐. 사랑에 빠진거야”

영화에서 지골로는 파커와 셀리마를 상대로 한 2대 1 성 매수 계약을 실행하기 직전 갑자기 ‘계약 파기’를 선언한다. 그 모습을 보면서 파커는 셀리마에게 “그의 눈을 봐. 그는 지금 사랑에 빠진거야”라고 말한다. 두 여자는 군말없이 휘오라반테를 놓아준다. 이로써 성 매수자도, 성 매도자도, 성 중개자(포주)도 모두 자신의 원래 자리로 돌아간다. 대단히 희극적 반전이라고 할 수 있다. ‘제2의 우디 앨런’이라 불리는 존 터투로가 감독 및 주연으로, 우디 앨런이 조연으로 합작한 영화답다. /문성진기자 hnsj@sed.co.kr



문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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