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금 마련’ ‘조기 경제교육’을 취지로 판매된 어린이펀드가 민망한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대다수 어린이펀드들이 수익은커녕 원금도 까먹고 있는 실정이다.
15일 한국펀드평가 펀드스퀘어에 따르면 20개(클래스 대표펀드 기준) 어린이펀드 중 5년 수익률이 플러스인 펀드는 단 2개에 불과했다. 신영자산운용의 ‘신영주니어경제박사’, 한국투자증권의 ‘한국투자네비게이터아이사랑’은 5년 수익률이 각각 21.99%, 18.66%를 기록했다. 2005년 설정된 신영주니어경제박사는 설정 후 수익률이 260.36%, 한국투자네비게이터아이사랑은 122.82%에 달한다.
반면 ‘신한BNPP엄마사랑어린이이머징스타(-35.93%)’ ‘미래에셋우리아이3억만들기(-16.1%)’ ‘동양자녀사랑고배당(-24.95%)’ ‘하나UBS아이비리그플러스(-29.98%)’ 등 나머지 18개는 모두 5년 수익률이 마이너스였다.
전문가들은 대부분 주식형인 어린이펀드가 지난 5년간 이어진 박스권 장세에 대응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채권혼합형인 ‘하나UBSi-사랑적립식’ 펀드는 5년 수익률이 -3.41%로 그나마 손실폭이 적었다. 물론 펀드 유형이 수익률을 결정짓는 것은 아니었다. 신영주니어경제박사·한국투자네비게이터아이사랑 역시 주식형이지만 1·3·5년 수익률이 줄곧 플러스 수익률을 유지하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어린이펀드 일부는 설정액 50억원 미만의 소규모 펀드라 대규모 펀드에 비해 운용이 소홀할 수도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하나UBS 가족사랑짱’ ‘KB사과나무’ ‘현대키자니아어린이’ ‘마이다스백년대계어린이’ ‘신한BNPP엄마사랑어린이 이머징스타’ 등은 설정액(이하 패밀리 펀드 기준)이 50억원에 못 미친다.
수익률이 부진하자 자금 이탈도 나타나고 있다. 이들 20개 펀드의 전체 설정액은 1조205억원으로 지난 3년간 6,045억원가량이 유출된 상태다. 어린이펀드로 장기 투자해 학자금에 보태려는 부모들이 줄고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도 “어린이펀드는 운용 방식의 측면에서 일반 펀드와 차이가 크지 않다”며 “최근에는 일부러 어린이펀드를 찾아 가입하는 사례가 많지 않다”고 전했다.
다만 어린이펀드는 자녀에게 경제관념과 투자를 배울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측면도 강하다. 어린이펀드 가입 자녀를 대상으로 한 경제교육 등이 진행되기도 한다. 또 펀드 투자로 발생한 수익은 증여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한도(10년간 2,000만원)까지 가입한 후 세무서 등에 따로 증여 신고를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