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반기 환율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외환당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보고서가 무역보복의 법적 근거가 담겨 있어 환율 분야의 ‘슈퍼301조’로 불리는 베넷해치카퍼(Bennet-Hatch-Carper, BHC)법안이 발효된 후 작성되는 첫 보고서이기 때문이다. 당국은 이번에 우리나라가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지만 대규모 경상수지와 대미 무역수지 흑자를 고려하면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15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는 조만간 주요 무역 대상 국가의 환율정책을 평가하는 올 상반기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한다. 매년 4월, 10월 두 차례 미 의회에 제출되는 환율보고서는 통상 15일(현지시간)을 전후해 발표된다.
정부가 이번 보고서를 주목하는 것은 올해 발효된 BHC법안에 환율조작국의 구체적인 분류 기준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BHC법안은 ‘무역촉진법 2015’ 중에서 교역 상대국의 환율에 관한 규정을 통칭하는 법이다. 이 법에 따라 미국은 환율개입이 의심되는 국가를 ‘심층조사국가’로 분류해 조사한 뒤 1년 동안 이를 바로잡을 수 있도록 기회를 주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대통령이 구체적인 무역보복안을 내놓을 수 있다.
심층조사국가로 판단하는 기준은 대미 무역수지 흑지, 경상수지 흑자, 외환시장의 일방향 개입 등 세 가지다. 일단 당국은 지난해 10월 환율보고서가 우리나라의 스무딩오퍼레이션(미세조정)을 두고 “대체로 균형 잡혔다(roughly balanced)”고 평가한 것 등을 근거로 심층조사 대상 국가에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을 방문 중인 유일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워싱턴특파원단 간담회에서 “우리 환율은 한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았다”며 “다른 문제가 없다면 (심층조사국가에)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규모 대미 무역수지 흑자와 경상수지 흑자는 부담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경상수지 흑자는 1,059억6,000만달러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7.8%에 달한다. 멕시코를 제외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 가운데 스위스(11.4%), 네덜란드(9.1%), 노르웨이(9%), 독일(8.5%)에 이은 5위다.
대미 무역수지 흑자도 크다. 2014년 기준 우리나라의 GDP 대비 대미 무역수지 흑자 비율은 1.8%다. 미국의 주요 교역국 중 우리나라보다 경상수지와 대미 무역수지 흑자 비율이 높은 나라는 스위스와 대만뿐이다. 결국 외환당국이 환율시장에서 한 방향으로 개입하지 않는다고 미국을 설득하는 데 성공해도 심층조사 대상에 포함될 여지가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