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증권범죄, 부당이익 대신 죄질 따져 처벌

본지 '부당이득 산정 연구' 입수

이익 기준 없애 법원 재량 강화

'고무줄 선고' 가능성 원천봉쇄

벌금 상한 올려 실효성도 높여





시세조종·미공개정보 이용 등 증권범죄를 통해 얻은 부당이득 규모가 아닌 죄질만을 따져서 처벌하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에서 가중 처벌의 근거로 쓰는 부당이득 기준 자체를 없애 법원의 재량권을 한층 강화함으로써 ‘고무줄 선고’의 가능성을 원천봉쇄하겠다는 취지다.


17일 본지가 단독 입수한 ‘증권 불공정거래에 따른 부당이득 산정방식에 관한 연구(부당이득 산정 연구)’에는 부당이득을 범죄구성·가중처벌 요건에서 제외하는 게 핵심 방안으로 제시됐다.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부당이득이라는 문구 자체를 삭제해 법원이 불공정거래 행위로 얻은 이익(회피) 금액이 아닌 범죄의 경중만을 보고 처벌 수위를 결정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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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기존 10년 이하의 징역을 20년으로, 벌금 상한액도 5억원에서 50억원으로 높이는 등 실효성은 높였다. 그동안 증권범죄는 기본형은 10년 이하로 하되, 부당이득액이 5억원 이상이면 가중처벌했다. 5억~50억원은 3년 이상, 50억원 이상은 최고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을 내리는 방식이다.

하지만 부당이득의 경우 산출하는 모델이 아직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은데다 변수도 많아 실효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와 함께 핵심 방안으로 제시된 건 ‘위반 행위로 얻은 이득’이었던 부당이득액의 개념을 ‘위반 행위와 관련된 기간의 총수입’으로 바꾸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일반적 시간 요인 등을 배제하고 시세조종·미공개정보 이용 등 불공정거래 행위에 따른 이득 액수만 산정하도록 했는데, 이를 정확히 따진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따라 다른 요인을 고려하지 않고, 불공정거래 행위자의 이른바 ‘작전’이 이뤄졌던 시기에 얻은 이익을 모두 더하는 식으로 개념을 바꿔 처벌 요건을 명확히 하자는 게 요지다. 부당이득 산정 연구는 대검찰청이 ‘금융범죄중점청’인 남부지검의 제의에 따라 지난해 10월 증권법학회에 발주한 연구용역으로 최근 결과가 나왔다. 남부지검은 부당이득 산정 연구 결과를 대검찰청에 보고해 자본시장법 개정 등을 건의한다는 계획이다. 또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가 최근 만든 합동 태스크포스(TF)에서 제시하는 부당이득 산정 기준 등도 포괄적으로 검토해 해결 방안을 도출한다는 방침이다.

검찰측 한 관계자는 “지난 2009년 이후 재판부가 부당이득 규모에 이른바 ‘현미경 잣대’를 들이대면서 기소하고도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등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사례가 빈번하게 나오고 있다”며 “부당이득을 재판부의 기준에 따라 산출하기 위해서는 테마주나 시장 전체의 주가 등락, 같은 종목군 상승 여부 등을 변수를 고려해야 해 어려움이 적지 않다”고 토로했다. 검찰이 2009년 이전 쓰던 부당이득 산정 방식은 위반행위와 관련한 총수입에서 총비용을 빼는 단순차액방식이었다. 하지만 2009년 7월 “제3자 개입 여부·증권시장 상황 등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이익만 산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가 나오면서 재판부는 현재 이를 처벌 판단 근거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안현덕·진동영기자 always@sedaily.com

안현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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