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태권도, 스포츠를 넘어 평화와 화합의 전도사로

김영선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전 주인도네시아 대사)

김영선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 전 주인도네시아 대사김영선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 전 주인도네시아 대사




김영선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 전 주인도네시아 대사

“오랜 내전으로 꿈을 잃고 좌절감에 빠져 있는 레바논 젊은이들에게 자신감과 희망을 고취시켜 주기 위해서는 스포츠가 가장 유용하죠. 특히 태권도는 심신 단련뿐 아니라 규율과 예의범절도 중요시하기 때문에 우리 젊은이들에게 커다란 자긍심을 줄 것입니다.” 주레바논 대사 시절 레바논 대통령은 올림픽 메달을 위해서가 아니라 젊은이들의 꿈과 희망을 위해 태권도를 지원해줄 것을 요청했다.


해외에서 외교활동을 하다 보면 한류의 효과를 톡톡히 본다. 우선 즐거운 화제가 많다 보니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지고 우리 상품에 대한 인지도와 경쟁력이 높아져 우리 기업 진출에도 크게 도움을 준다. 하지만 한류가 인기를 끌기 훨씬 이전부터 태권도는 한류의 원조로서 국위선양의 선봉에 서왔다. 세계태권도연맹(WTF)의 206개 회원국 수가 유엔 회원국 수보다 많은 것도 태권도의 영향력을 잘 나타내준다. 주인도네시아 대사 시절 인도네시아 국가정보부장이 필자를 만날 때면 차렷자세로 머리를 숙여 인사해서 주위를 놀라게 했다. 그는 인도네시아 태권도협회 회장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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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태권도가 올림픽 종목으로 자리를 굳히는 데 그치지 않고 스포츠를 넘어(beyond sports) 인류사회에 공헌하는 운동으로 발전하고 있어 주목을 끈다. 2008년 태권도 평화봉사단 창설 이후 지금까지 137개국에 1,600명의 봉사단원이 파견돼 태권도뿐 아니라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해오고 있다. 최근 세계태권도연맹은 요르단의 시리아 난민촌과 네팔의 자연재해 피해지역의 젊은이들에게 태권도를 통해 희망과 꿈을 주고 구호활동을 펼쳤다. 또한 태권도박애재단(Taekwondo Humanitarian Foundation)이 스위스 로잔에 곧 발족되면 유엔난민기구와 긴밀히 협력하면서 터키·루안다·에티오피아·콜롬비아로 활동을 확대해나갈 예정이라 한다. 이러한 활동들이 보다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우리 국민들의 관심과 아울러 기업들도 장기적인 시각에서 적극 참여하는 자세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또한 태권도는 남북관계 개선에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 태권도는 우리가 주도하는 세계태권도연맹(WTF)과 북한 주도의 국제태권도연맹(ITF)으로 나뉘어 있다. 2년 전 두 연맹이 협력의향서에 서명했으나 아직 이렇다 할 협력 사업을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남북한이 태권도를 통해 통합과 화해를 이룬다면 한반도는 명실상부한 태권도의 허브로 우뚝 서게 될 것이다.

내년 6월 무주 국립태권도원에서 세계 태권도 선수권대회가 개최된다. 태권도의 진수를 보여주고 세계 태권도인들의 화해와 단합의 축제가 될 수 있도록 우리는 태권도 종주국으로서 걸맞은 지도력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2006년 9월4일 제정된 태권도의 날이 올해로 열한 돌을 맞는다. 태권도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문화콘텐츠로 육성하겠다는 취지와 각오를 새로이 다져나갈 때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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