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 고리’인 환태평양지진대는 태평양판·유라시아판·남극판 등 각종 지각판이 충돌해 ‘지하의 전쟁터’로 불리는 곳이다. 매년 세계 지진의 80~90%가 불의 고리에서 발생하고 지구상에서 활동 중인 화산의 75%가 이 지역에 몰려 있다. 특히 불의 고리에서 발생한 지진은 지난 2011년 ‘동일본대지진’ 때처럼 특정 지역에서 한번 시작되면 같은 지진대의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는 경우가 많아 전문가들은 이번 연쇄 지진이 ‘도미노 지진’의 전조일 수 있다는 불안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일본 구마모토현에는 지난 14일 규모 6.5의 지진이 덮친 데 이어 16일 더 강력한 7.3의 여진이 발생했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국토지리원은 이날 발생한 지진의 위력이 1995년 일본 고베 일대를 강타한 ‘고베대지진’을 능가한다고 밝혔다. 지진의 파괴에너지를 표시하는 모멘트매그니튜드(Mw) 수치는 고베대지진 당시 6.9였지만 이번 구마모토 2차 지진 때는 7.0이었다는 것이다. 히라타 나오시 도쿄대 지진연구소 교수는 마이니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16일 지진은 14일 밤보다 에너지가 약 16배나 컸다”며 “이전 지진으로 단층이 약해졌기 때문에 피해도 더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문제는 구마모토현에서 시작된 지진이 일본 내 다른 지역으로 번져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 기상청은 14일 구마모토현 중서부 구마모토시에서 최초 발생한 지진이 16일에는 구마모토현 북동부 아소 지역과 규슈 동부 오이타현으로 이동하는 양상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마이니치는 14일 발생한 지진은 히나구 단층 북쪽 끝 구간에서 일어났는데 이곳이 다른 지진층인 후타가와 단층과 교차하는 장소라 연쇄 작용을 일으켰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사토 히로시 도쿄대 지진연구소 교수는 “히나구 단층의 북쪽 끝 구간이 그동안 후타가와 단층의 움직임을 막고 있었는데 14일 지진이 발생하면서 후타가와 단층도 갈라진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작용 때문에 16일 더 강한 지진이 발생했고 다른 지역으로 여진이 연달아 퍼져나갈 것으로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여진 확산의 우려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 때와 같은 원전사고의 공포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 지진이 번져나가는 지역에 시코쿠전력의 이카타 원전이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쓰지 요시노부 국립연구개발법인건축연구소 특별객원연구원은 “지진 확산 방향의 연장선에 나라현과 오사카부까지 걸쳐 있는 단층대까지 지진의 여파가 미칠 경우 에히메현에 위치한 이카타 원자력발전소가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일본 지진에 이어 16일 에콰도르와 대만 해역에서도 지진이 이어진 정황으로 봐 이번 연쇄 지진이 불의 고리 내 다른 지역의 강진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AP통신에 따르면 2011년에도 동일본대지진이 발생하기 17일 전 같은 불의 고리에 위치한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서 먼저 지진이 일어나 200명에 가까운 사망자가 발생했다. 미국 콜로라도대의 로저 빌햄 교수는 “현재 여건상 규모 8.0 이상의 강진이 최소 네 차례 발생할 수 있다”며 “이 같은 지진이 지체된다면 수세기 동안 가중된 압력 때문에 더욱 재앙적인 메가톤급 지진을 불러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과학자들은 올해 초부터 남아시아와 태평양에 걸쳐 평년보다 지진 횟수가 잦았다며 불의 고리에 위치한 히말라야 지역에서 지난해 8,000명의 사망자를 낸 네팔 강진보다 더 강력한 지진이 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