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미국, 일본의 ‘이웃나라 거지 만들기’ 정책에 노골적 경고

G20회의서 환율 둘러싸고 미-일 이례적 공개 충돌

미 재무, "수요 부양위해 환율 의존하지 말아야"

일본 아베 신조 정권이 엔화 약세 유도 정책에 대해 국제 사회의 공감을 얻어내는 데 실패했다. 특히 미국이 일본의 ‘이웃나라 거지 만들기’ 정책에 대해 노골적인 경고를 보내면서 일본은행(BOJ)의 추가 양적완화에 제동이 걸리고 엔화 가치가 강세를 지속할 지 주목된다.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아소 다로 일본 재무상은 전날 미국 워싱턴 D.C.에서 폐막한 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환율에 과도한 변동성과 무질서한 움직임이 있는 국가는 외환시장에 개입할 수 있다”며 “이는 G20 합의에도 일치한다”고 말했다. 최근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17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아 오르자 환율에 개입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하지만 곧바로 잭 루 미국 재무장관의 반격이 나왔다. 그는 “최근 엔화 강세에 불구하고 일본 외환시장에 무질서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며 “일본은 외부 수요(수출)보다 내수에 집중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루 장관은 16일에도 “느린 글로벌 성장세를 감안하면 ‘이웃나라 거지 만들기’ 환율 정책을 피하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며 “경상수지 흑자 국가들은 수요 부양을 위해 환율에 의존하지 않아야 하는 책임이 있다”며 일본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심지어 미국은 일본에 대해 외환시장 구두개입도 그만두라는 압력을 넣고 있다는 것이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설명이다. WSJ은 “환율을 둘러싼 양국 간 공개 충돌은 극히 이례적”이라며 “미국의 압력에 엔화 약세를 위해 추가 양적완화를 시행하려던 BOJ 계획이 어려워지고 엔화 매수세가 더 강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관련기사



일본처럼 양적완화를 시행 중인 유럽을 제외한 대다수 국가들도 엔저가 못마땅하다는 기색이다. 루이스 비데가라이 멕시코 재무장관은 “일종의 경쟁적인 통화절하를 피해야 한다는 광범위한 공감대가 있다”며 “일본이든 다른 나라든 이를 수용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루 장관은 한국의 환율 정책에 대해서도 견제구를 날렸다. 그는 15일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의 면담에서 “한국의 환율 정책에 관심을 두고 보고 있다”며 “정책 투명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다음 주 나올 올 상반기 환율 보고서를 통해 다시 원화 절상 압력을 가해올 지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번 G20 성명서에서 ‘무역상 이점을 얻기 위한 통화절하 경쟁을 자제한다’는 문구를 다시 담은 것도 은연중 한국, 일본, 중국, 독일 등 주요 무역 흑자국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이번 성명서는 ‘통화정책만으로는 균형 있는 성장을 달성할 수 없고 재정 정책과 구조개혁을 병행해야 하다’고 명시했다. 일본, 유럽 등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는 등 통화정책 수단은 이미 바닥난 만큼 여력이 있는 국가들이 재정을 풀어 세계 경제를 부양하라는 것이다. .

/뉴욕=최형욱특파원 choihuk@sedaily.com

최형욱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