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외교문서 공개] 北 김일성 “소련은 믿을 수 없고 중국은 믿지 않는다”

80년대 외교문서, 냉전시기 중러에 대한 북한의 속내 드러나

美, 전두환 정권 호헌 지지 요구 거부

전두환 대통령 취임에 “불가피한 것, 다른 대안 없다”

외교부가 17일 공개한 외교문서 중 일부. /사진제공=외교부외교부가 17일 공개한 외교문서 중 일부. /사진제공=외교부




김일성 북한 주석이 지난 1980년대 초반 노로돔 시아누크 전 캄보디아 국왕에게 “소련(러시아)은 믿을 수 없고 중공(중국)은 믿지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냉전 시기 소련·중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경계했던 북한의 속내를 보여주는 대목으로 평가된다.


외교부가 17일 공개한 1980년대 외교문서에 따르면 당시 주한 미국대사관의 몬조 공사는 1980년 3월4일 박쌍용 외무부 정무차관보와의 면담에서 “최근 홀브룩 차관보와 시아누크의 면담 내용”이라며 이 같은 내용을 전했다. 몬조 공사는 시아누크 전 국왕이 김일성에 대해 “건강이 좋은 편이 아니며 목 뒤의 혹은 눈에 띌 정도로 크다”고 언급한 사실도 소개했다. 시아누크 전 국왕은 1970년 쿠데타로 실각한 후 북한에서 망명생활을 하면서 김일성 주석과 의형제를 맺을 만큼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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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정권이 대통령 간선제와 7년 단임제를 골자로 한 제5공화국 헌법에 대한 개헌 요구가 거세지자 미국 정부에 ‘호헌(護憲, 5공 헌법 수호)’ 공개 지지 표명을 요구했다 거절당한 사실도 드러났다. 전두환 정권은 1985년 4월 전두환 대통령의 방미를 앞두고 당시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 후 언론발표문을 통해 한국 정부의 호헌에 대한 공개 지지 표명을 해줄 것을 미국 측에 지속적으로 요청했다. 미국 정부는 한국의 국내정치에 간섭한다는 인상을 줄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전두환 정권의 요구를 거부했다.

미국 정부가 1980년 5·18 민주화 항쟁을 유혈진압한 후 취임한 전두환 대통령에 대해 “한국의 국내 정세 흐름으로 보아 불가피한 것이며 다른 대안이 없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인정한 사실도 드러났다.

외교부는 국민의 알 권리와 학술연구 등을 위해 보존기한 30년이 지난 외교문서들을 1994년부터 매년 심사를 거쳐 공개하고 있다.

박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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