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산유량 동결 합의 유가에 큰 영향 없을 듯

“이란 불참·전 세계 경기둔화·재고 증가로 유가 오를 일 없어”

17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산유국 회의에 이란 등 일부 국가들이 불참하면서 다른 산유국들이 원유 생산량 동결에 합의해도 원유시장에 큰 영향을 못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또 전 세계 경기 둔화와 원유 재고 증가 등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동결 합의만으로 국제 유가가 단기간 내 상승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됐다.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회의의 합의 초안을 입수했다며 이란과 리비아를 제외한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베네수엘라 등 산유국들이 생산량을 올 1월 수준으로 동결해 10월까지 유지하는 방안에 합의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초안에는 “2008년 이후 유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원유 산업이 심각한 도전을 맞고 있다”며 “10월까지 산유량 동결을 유지하고, 그 때 러시아에서 다시 만나 원유시장 회복을 위한 산유국들의 노력을 평가할 것”이라고 적혀 있었다고 FT는 밝혔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12개국 이상의 산유국들이 동결에 합의한다 하더라도 이란이 빠진 불완전한 합의로는 전 세계 원유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1월 산유량은 이미 최대 수준으로 원유 재고량과 세계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동결하더라도 유가가 당장 오를 일은 없다는 분석이다. 사우디와 함께 이번 회의를 이끈 러시아도 동결 합의가 유가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안톤 실루아노브 러시아 재무장관은 “산유국들 사이에 감산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지만, 우리는 국제 유가에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세계 경제성장률 둔화와 원유 재고량 증가 등으로 유가가 오를 만한 이유가 없어 배럴당 40달러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산유국들간 합의가 이뤄져도 합의 이행을 강제할 수 없어 선언적 의미에만 그칠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번 회의가 법적 구속력이 없는 신사협정에 그칠 것으로 알려지자 독일 코메르츠방크는 “합의내용에 합의 위반 시 부과될 제재규정은 고사하고, 산유국의 구체적 동결 수준조차도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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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유국 회의에 불참한 이란은 사우디 등 다른 산유국들의 압박에도 불구 앞으로도 원유 생산량을 점차 늘려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 중 산유량 3위를 차지하고 있는 이란은 올 1월 서방의 경제 제재가 풀린 이후 현재 하루 산유량을 330만 배럴까지 확대했으며 향후 하루 400만 배럴까지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다. 비잔 남다르 잔가네 이란 석유장관은 도하 회의 하루 전인 16일 “이란에 제재를 강요하는 어떠한 협상에도 서명하지 않겠다”며 “이란이 원유 생산을 동결하면 경제제재에서 해방된 수혜를 누리지 못하게 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회의는 당초 오전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이란이 OPEC 주재 대표조차 회의에 참석시키지 않자 사우디가 회의를 오후로 연기할 것을 요구하는 등 진통을 겪었다.

최용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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