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뮤직 세계로 가다’는 필자가 몇 년 전부터 자주 공연하고 있는 콘서트 타이틀 중 하나다.
10여 년 전쯤 필자가 아직 외국에 거주하던 시기 우리나라에는 ‘월드뮤직’이란 이름 아래 세계 각국의 음악을 감상하는 붐(?)이 일고 있었다. 아무리 글로벌시대라지만 필자가 볼 때 이런 현상은 매우 놀라운 일이었다. 월드뮤직은 서양 대중음악의 표현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각국의 민속 음악에 뿌리를 두고 있기에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이를테면 스페인 도시 바르셀로나로 유명한 카탈루냐 지방이나 남아메리카 쿠바의 음악을 즐겨 듣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건데, 이 사실은 필자를 매우 고무시켰다. 필자만 해도 음악을 직업으로 삼고 외국에 살고 있으면서도 이러한 음악에 대한 식견이 생기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었다.
사실 필자에게는 세상의 수많은 음악을 한 곡이라도 더 목소리로 불러보고 싶은 욕심이 있던 터라 다른 성악가들 보다 여러 레퍼토리와 색다른 느낌의 음악들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때마침 우리나라에서 월드뮤직의 붐이 일어났고 필자는 아르헨티나 탱고를 위시한 세계 각국의 노래들을 부르기 시작했다. 처음 몇 년간은 필자가 국립오페라단 상근단원과 대학교수로 재직하고 있어 이 방면으로 활발하게는 활동하지 못하다가 2012년경부터는 최대한 많은 무대를 통해 각국의 노래들을 청중들께 들려드리려 고심하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한 사람의 성악가로서 매번 보람 있고 만족스러운 기억으로 남고 있다.
우린 글로벌시대에 살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는 더 빠르고 가깝게 서로 소통하는 중이다. 반면 우리는 전에 없이 치열한 경쟁시대에 살고 있기도 하다. 다른 이들을 이겨야 살아남는다는 불안 속에서 아슬아슬한 관계를 이어가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진정한 글로벌은 이런 모습은 아닐 것이다. 올바른 글로벌이란 먼저 자신과 다른 문화와 역사, 사회·정치적 성향 등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며, 서로가 동등하다는 시각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 필자는 굳게 믿는다.
이런 의미에서 음악은 매우 좋은 매개체가 될 것이다. 각 나라의 음악을 감상하고 체험하는 것은 우리가 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고 습득하는 데 큰 도움을 가져다줄 것이라 확신한다. 물론 음악만으로 총체적 사회문화적 접근이 간단히 이뤄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래도 무슨 일이든 출발점은 필요하다. 음악은 그 출발점이 되기에 가장 적합한 해답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테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