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골프가 온다.
지난해 11월을 끝으로 긴 겨울잠에 들어갔던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가 5개월여 만인 이번주 깨어난다. 21~24일 경기 포천의 대유몽베르CC 브렝땅·에떼 코스(파72·7,158야드)에서 열리는 제12회 동부화재 프로미 오픈(총상금 5억원·우승상금 1억원)을 시작으로 오는 10월까지 계속된다.
협회 회장이 바뀐 뒤 첫 시즌을 맞은 올해 KPGA 투어는 대회 수 확대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12개로 지난해와 같다. 29개에서 33개로 늘어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와 비교하면 초라하다고 해도 할 말이 없다. 시즌 총상금 역시 여자 투어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90억원 안팎이다.
그러나 환경이 열악하다고 해서 승부까지 싱거워서야 될 일인가. 한 달 평균 1.7개 대회가 전부이다 보니 대회에 임하는 선수들의 각오는 더 비장하다. 현대자동차 제네시스가 올 시즌부터 대상(MVP) 포인트 1위에게 보너스 1억원에 제네시스 차량을 얹어주기로 한 것도 선수들의 승리욕을 자극하고 있다. 대상 포인트는 각 대회 컷 통과자들에게 차등지급된다. 각 대회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세계랭킹 포인트가 최소 6점에서 9점으로 상향조정된 것도 동기부여 요인이다.
이태희(32·OK저축은행), 최진호(32·현대제철), 문경준(34·휴셈) 등 지난해의 주인공들과 강경남(33)·권명호(32) 등 복귀파의 자존심 대결이 흥미롭다. 지난해 대상 이태희는 타이틀 방어에 나선다. 성공하면 2003년 최경주(46·SK텔레콤) 이후 13년 만의 대상 2연패다. 이태희는 올해부터 적용되는 골프규칙에 따라 5년간 쓰던 롱퍼터를 버렸다. 일반 퍼터 적응이 올 시즌 관건이다. 최진호는 “데뷔 후 한 시즌 2승 이상을 올린 적이 없다. 퍼트와 어프로치 샷 감각을 끌어올린 올 시즌이야말로 2승 이상을 가져가겠다”고 밝혔다. 군 복무를 마친 통산 9승의 승부사 강경남은 이번주 2년6개월 만의 복귀전을 치른다. 한민규(32)·윤정호(25)도 군 복무 뒤 첫 시즌이다. 지난해 SK텔레콤 오픈 우승자 최진호처럼 예비역 신화를 써나갈지 관심이다. 4년 만에 1부투어로 돌아온 권명호도 다크호스다.
협회는 시즌 개막을 맞아 선수 108명에게 올 시즌 우승이 유력한 선수를 물었는데 총 225표(1명당 최대 3표 투표) 중 28표(10.9%)를 얻은 김태훈(31·신한금융그룹)이 1위였다. 지난해 우승 없이 시즌을 마칠 뻔하다가 최종전에서 극적 우승을 챙겼던 김태훈이다.
남자골프 관전포인트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장타왕 경쟁이다. 김태훈은 2013년 장타왕이다. 드라이버 샷 거리가 평균 301야드까지 나왔다. 2년 연속 개막전 우승을 노리는 국군체육부대 소속 허인회(29)는 2014년 최장타자(296야드)다. 지난해 1위(294야드) 마르틴 김(28·아르헨티나동포)과 2007~2011년 5년 연속 1위 김대현(28·캘러웨이)도 올 시즌 강력한 장타왕 후보다.
동부화재 프로미 오픈 우승자에게는 일반 대회보다 1년 긴 1부투어 3년 출전권이 주어진다. 출전선수들은 갤러리를 위해 포토존 이벤트와 팬 사인회, 원포인트 레슨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