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이슬람국가(IS)와의 소셜 미디어 전쟁

SNS를 활용한 IS의 바이럴 마케팅에 맞서는 전 세계의 반격 작전이 시작됐다.





2014년 6월. 스스로를 이슬람 국가(IS)라고 칭하는 극단주의 무장단체가 이라크 북부의 도시 모술에 나타났다. 그들은 시내에 입성한 것과 동시에 트위터에서도 해시태그 캠페인을 벌였다. ‘#AllEyesonISIS’라는 해시태그를 뿌려댄 것. 소셜 미디어 마케팅 전략을 활용한 일종의 전격전이었다.


이후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IS가 저지른 잔혹한 행위를 담은 사진들이 온 아랍 세계로 퍼져나갔고, 모술의 민간인들과 군인들 사이에 공포심이 피어났다. 모술의 함락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며, 잔혹 행위가 뒤따를 것이라는 공포가 확산된 것이다. 당시 모술을 지키던 이라크 정부군은 IS 병력보다 15배나 많았지만 이 같은 공포심에 스스로 무너져 급속히 붕괴됐다. 불과 1,500여명에 지나지 않았던 IS 병사들은 인구 150만명의 이라크 제2의 도시 모술을 이렇게 손쉽게 점령했다. 소셜 미디어는 처음부터 IS 성장의 중심축이었다.


다른 테러 조직들 사이에서 빠르게 이름을 알릴 수 있었던 것도, 알카에다처럼 더 역사가 오래된 지하드(이슬람 성전) 테러단체들보다 부각될 수 있었던 것도 소셜 미디어 덕분이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병력의 조직과 운용, 전투의 승리에 기여했으며 장악한 영토의 관리에도 쓰였다.

현재 IS는 소셜 미디어를 활용해 전장을 국경 밖으로 넓히고 있다. 2014년 8월 미국인 제임스 폴리 기자의 참수 영상을 다수의 더미 트위터 계정을 통해 공개한 이래 기만전술과 전파력을 키워가고 있는 상태다. 이 같은 IS의 소셜 미디어 전략은 최전선에서 싸울 전사들을 모으려는 것보다는 미국과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 등지에서의 추종자 양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작년 11월 프랑스 파리의 바타클랑 극장 총기난사 사건처럼 이 추종자들을 활용해 파괴적 테러를 벌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상이 지배했던 인터넷 초창기, 실리콘 밸리의 많은 선구자들은 세상을 인터넷으로 연결하면 할수록 평화가 찾아올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훨씬 복잡했다. 무궁무진한 기회들이 생겨났음은 부인할 수 없지만 새로운 개념의 위협도 나타났다.


10년 전만 해도 시리아에서 활동 중인 무장단체 조직원과 미국의 작은 마을에 살고 있는 외로운 소년이 친구가 된다는 건 상상할 수도 없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이로 인해 미 연방수사국(FBI)과 국가안보국(NSA)을 포함한 각국의 법집행 기관들은 24시간 잠을 설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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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자연계가 늘 그렇듯 전쟁에서도 작용은 반작용을 낳는다. 지난 2년간 IS와의 소셜 미디어 전쟁을 벌이기 위한 많은 방안들이 등장한 것이다. 미국만 해도 IS가 퍼뜨리는 그릇된 정보의 확산을 막고자 수많은 소셜 미디어 계정을 개설했다. 정보요원들은 IS가 온라인상에 노출한 정보를 활용, 그들의 네트워크를 매핑한다. 너무 많은 정보를 흘린 IS 대원 덕분에 효과적인 공습작전이 펼쳐지기도 했다.

정부기관 외에 SNS 운용 기업들도 시스템과 이용약관을 지속 정비함으로써 테러리스트들의 계정을 찾아 본격 활용되기 전에 삭제하고 있다. 트위터가 작년 말 사용자들의 모든 폭력과 테러 위협을 금지한 것이 그 실례다. 화이트 해커와 독립적 활동가들의 역할도 중요해졌다. 예컨대 국제 해커조직 ‘어나니머스’의 회원들 중 다수가 인터넷 사각지대를 순찰하며 IS 관련 계정을 찾아 정지시키는 싸움을 지속하고 있다. 작년 12월 11일에는 IS를 조롱하는 콘텐츠를 유포하는 IS 트롤링데이(Trolling Day) 이벤트를 벌이기도 했다.

지금껏 이 싸움에서 확실한 것은 단 하나뿐이다. 소셜 미디어라는 IS가 찾아낸 새롭고도 효과적인 전쟁 방식이 결코 일회성 시도로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앞으로도 소셜 미디어와 테러, 전쟁이 뒤섞인 새로운 형태의 전술을 구사하는 세력들이 계속 나타날 개연성이 크다.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편집부

/BY EMERSON BROOKING AND P.W. SINGER

안재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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