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SPC 토종 천연효모 발굴…허영인 회장 뚝심 통했다

11년간 미생물 1만여종 분석…누룩서 제빵용 효모 찾아

"한국식 빵으로 글로벌 경쟁"

SPC연구소·서울대 힘합쳐

국내 발효산업 한단계 도약

천연효모빵 상용화도 성공

파리바게뜨 27종 출시

발효취 적고 담백·쫄깃

빵 노화 지연에도 효과

뼛속까지 토종인 ‘한국식 빵’으로 글로벌 유수 제품과 겨루겠다는 SPC그룹의 노력이 11년 만에 빛을 발했다. 수입 이스트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우리 기술로 개발한 천연 토종 효모로 빵을 만드는 것을 국내서 처음으로 성공한 것이다. 우리나라 대표 발효 소재인 누룩에서 서양식인 빵을 만드는 데 적합한 미생물을 찾아냈다는 점에서 업계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SPC는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과 공동연구를 통해 전통 누룩에서 제빵용 토종 천연효모를 발굴하고 업계 최초로 제빵 상용화에 성공했다고 19일 밝혔다. 우리나라 연간 미생물 종균 수입 규모는 1,123억원 정도로, 국내 사용량의 99.5%가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처럼 주로 외국에서 개발된 상업적 이스트를 사용해 빵을 제조해 온 국내 제빵업계에 토종 효모 발굴이라는 신선한 바람을 몰고 온 것이다.

천연 토종 효모 개발 성공 뒤에는 맛과 품질이 모두 뛰어난 완벽한 한국식 빵을 만들겠다는 허영인(사진) SPC그룹 회장의 집념이 있었다. 허 회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빵의 핵심 요소인 효모에 대한 독자적인 기술이 있어야 한다는 확신에 따라 기초연구에 꾸준히 투자할 것을 주문했다. 이에 SPC그룹은 2005년 기초 연구를 위한 SPC식품생명공학연구소를 설립한 데 이어 서울대 연구진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제빵에 적합한 토종 효모 발굴과 제품 개발에 착수했다.

허영인 회장허영인 회장






제빵용 한국 토종의 미생물 자원을 확보하는 과정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따랐다. 효모 개발에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해 국내에서는 관련 기초연구가 전무한 상황. 연구소는 국내 토종 미생물 자원을 찾아내기 위해 청풍호, 지리산, 설악산, 강화도 등 전국 팔도의 청정지역을 비롯해 한국 전통방식으로 만들어진 식품 소재들을 찾아내기 위해 각 지역의 5일장을 돌아다녔다. 이렇게 11년 간 수집한 1만종 이상의 토종 미생물 자원을 분석한 끝에 제빵에 적합한 순수 토종 효모를 발굴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연구에 참여한 서진호 서울대 식품생명공학과 교수는 “이번 제빵용 토종 천연효모의 발굴은 해운대 백사장에서 다이아몬드를 찾아낸 것과 같다”며 “고유의 발효 미생물 종균이 거의 없는 국내 발효식품산업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인 쾌거”라고 평가했다.


SPC는 천연효모의 이름을 SPC그룹과 서울대 영문 이니셜의 앞글자를 딴 ‘SPC-SNU 70-1’로 정했다. SPC-SNU 70-1는 발효취가 적고 담백해 제빵 시 다른 원료의 맛을 살려주고 쫄깃한 식감을 낸다. 제빵 적성에 맞는 발효력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빵의 노화도 지연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관련기사



SPC는 SPC-SNU 70-1에 대한 국내 특허를 등록하고 국제 특허 출원도 완료했다. 프랑스, 미국, 중국, 일본 등에 지정국가 등록을 진행중이다. 또 천연 효모를 사용한 제품 개발에도 성공해 파리바게뜨를 통해 천연효모빵 27종을 출시하는 한편 순차적으로 제품을 확대하고 삼립식품 등 타 계열사에도 적용해 나갈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해외 파리바게뜨의 제품도 토종 천연효모로 만들어 글로벌 베이커리들과 경쟁할 예정”이라며 “차별화된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꾸준한 연구개발 투자로 세계 최고의 품질 경쟁력을 갖춘 ‘그레이트 푸드 컴퍼니’로 도약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대학교에 위치한 SPC식품생명공학연구소에서 연구원들이 천연효모를 배양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사진제공=SPC서울대학교에 위치한 SPC식품생명공학연구소에서 연구원들이 천연효모를 배양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사진제공=SPC


이지윤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