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카드

(토요와치) '페이' 공습 막아라 카드사 '앱'의 반격

삼성·카카오페이 등 성장세에

"이대론 종속 가능성" 위기의식

카드사 자체 플랫폼 확대하고

대리운전·교육·원룸 이사 등

다양한 서비스로 맞대응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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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카드는 다음달께 스마트폰용 신한앱카드를 통해 대리운전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앱카드에 현재 위치와 행선지를 입력하면 대리기사가 호출되고 결제도 신한카드를 통해 할 수 있다. 현재 전국 주요 대리운전 업체와 협약을 맺고 시스템을 시범 가동 중이다. 신한카드는 또 교육업체 한솔교육과 제휴를 맺고 신한앱카드에서 교재비와 수업료 등을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도 구축하고 있다. 수업료 결제일이 다가오면 학부모 스마트폰의 푸시 알림이 작동해 신한 앱카드를 통해 결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신한카드는 올해 모바일 플랫폼 동맹군(Mobile Platform Alliance) 확대를 최우선 과제로 세우며 쇼핑·교육·대리운전 등 소비업종 전반에 걸쳐 주요 기업과 제휴를 맺고 있다. 지난해까지 신한앱카드를 통해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는 6가지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20가지 이상으로 늘어난다. 앱카드의 서비스를 강화하면서 앱 회원과 결제금액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신한카드의 앱 회원은 지난달 기준 450만명에 달한다. 앱을 통한 결제액은 지난해 3조8,000억원에 달했다. 올해 1·4분기에만 1조2,000억원을 넘어선 만큼 올해 앱 결제액은 4조원을 크게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카드는 지난달 원룸이사·미용·날씨·맛집배달 등 5개 스타트업 기업과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 제공 협약을 체결했다. 하나카드 이용객은 앞으로 앱을 통해 원룸이사를 예약하고 맛집배달 주문 등을 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카드는 또 앱카드 ‘모비페이’의 편의성과 보안도 강화했다. 국내 최초로 지문인증 결제 시스템을 탑재했고 명의도용 방지 시스템이 적용돼 유심(USIM)과 이동통신사 본인 여부, 사고 단말 블랙리스트 등을 확인해 명의가 도용된 휴대폰으로 판명될 경우 해당 고객에게 알리도록 설정됐다. 하나카드는 이와 더불어 TV홈쇼핑과 IPTV 유료 콘텐츠를 구매할 경우 모비페이 앱으로 간편 결제하는 ‘TV페이’도 내놓았다. 기존에는 TV홈쇼핑 상품을 구매하려면 ARS 자동주문을 이용하거나 해당 홈쇼핑 모바일결제를 해야했지만 TV페이를 이용하면 이미 신용카드 정보가 입력돼 비밀번호만 입력해도 결제가 가능하다.


현대카드도 모바일 앱을 통해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현대카드는 지난해 12월 ‘가상카드번호’ 서비스를 새로 시작했다. 현대카드 이용객은 실제 카드번호 대신 모바일 앱에서 형성한 가상의 카드번호를 통해 국내외 온오프라인 가맹점에서 결제할 수 있다. 해외 온라인쇼핑몰에서 가상의 카드번호로 결제할 경우 카드번호 유출 우려가 적지 않은데 해외 부정 사용을 차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용객의 만족도를 높인 것이다. 현대카드는 또 ‘락앤리밋(Lock & Limit)’ 서비스도 내놓았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 사용처와 사용금액을 제한해 금융사고를 막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 밖에 KB국민카드도 앱카드 한 장에 실물카드 여러 개를 등록해 카드마다 다른 혜택을 한 번에 누릴 수 있는 ‘K-모션 플러스’ 상품을 내놓았고 롯데카드는 퀵서비스·꽃배달 등 다양한 O2O 서비스를 앱에서 신청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카드사들이 이처럼 앱 서비스를 강화하는 이유는 ‘페이(Pay)의 공습’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8월 국내에서 처음 서비스를 시작한 ‘삼성페이’는 출시 2개월 만에 이용자가 100만명을 넘어서며 급성장했다. 출시 6개월째인 지난 2월 이용자 수가 500만명을 돌파하며 누적 결제금액이 5억달러(5,760억원)를 넘어섰다.


삼성페이는 현재 국내 카드단말기와 호환이 원활하다는 측면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 삼성페이는 미국 전자결제 솔루션 업체 ‘루프페이’를 인수해 마그네틱 단말기의 보안전송(MST) 특허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이 기술은 스마트폰 단말기에 자기장을 일으키는 부품을 장착해 플라스틱 신용카드를 결제기에 긁을 때와 동일하게 디지털 정보를 전달해주는 것이다. 애플페이가 근거리 무선통신(NFC) 방식을 채택해 국내에서는 전용 결제기를 설치한 가맹점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것과 달리 삼성페이는 신용카드 가맹점의 기존 결제기로도 결제를 할 수 있어 이용자가 빠른 시간에 늘어나게 됐다. 삼성전자는 삼성페이를 갤럭시S7 출시와 함께 중국에서도 내놓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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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페이와 네이버페이의 성장세도 만만치 않다. 카카오페이는 지난 2014년 9월 서비스를 시작한 후 현재 700만명이 이용하는 서비스이다. 누적결제 건수도 지난해 12월 기준 1,300만 건에 달한다. 네이버페이는 지난해 6월 출시된 이후 월 이용자 수가 450만명에 달하며 월 거래액도 평균 2,200억원이 넘는다. 또 신세계그룹이 출시한 ‘SSG페이’, 롯데그룹이 내놓은 ‘L페이’, 인터파크가 내놓은 ‘옐로페이’ 등도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페이의 성장이 현재 카드회사에 독(毒)이 되지는 않는다. 국내서 사용하는 대다수 페이는 신용카드를 장착해 결제하는 시스템이다. 페이가 성장해도 신용카드를 통해 결제하는 방식이어서 카드사의 영역을 직접 침범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카드사들이 이에 안주해 페이의 성장을 지켜만 본다면 나중에 간편결제시장을 장악한 소수의 회사에 종속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시장에서 독과점 지위를 누리는 페이가 카드사에 높은 수수료를 요청할 경우 카드사 입장에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이를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실제 애플페이는 미국에서 은행·카드사 등 금융회사로부터 신용카드 결제금액의 0.15%를 수수료로 부과하고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페이를 론칭한 회사들은 대부분 대기업이고 이들 가운데 시장을 주도한 1~2개 업체가 나타난다면 카드사들이 협력관계에서 종속관계로 위치가 바뀔 수 있다”며 “간편결제시장이 어떠한 형태로 재편될지 모르는 만큼 카드사의 자사 플랫폼도 계속 키워나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해외 전자지급결제대행업체(PG)들이 설립한 대형 페이사들의 시장공략도 카드사들에는 위협 요소이다. 미국 온라인쇼핑몰 이베이(eBay)의 자회사인 페이팔은 수년 전부터 한국 시장에 진출한다고 공언한 상황이다. 페이팔은 2013년 기준 거래액이 1,800억달러(190조원)에 달하는 지불결제 서비스 업체이다. 전 세계 198개국에서 26개 화폐로 간편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며 2014년 기준 유효계좌 수가 1억4,800만계좌가 넘는 것으로 분석된다. 페이팔이 한국시장에 진입하면 국내 PG사들은 수수료 경쟁에서 절대적 열세를 피하지 못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 전망이다.

페이팔이 온라인가맹점으로부터 받는 수수료가 국내 PG사보다 최대 1%포인트까지 적을 것으로 예상돼 페이팔이 시장을 급속도로 확장할 가능성이 크다. 페이팔의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면 카드사들 역시 협상력이 약화돼 페이팔의 정책에 휘둘릴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또 페이팔은 카드사의 거래망을 거치지 않고 고객의 계좌를 통해 직접 결제하는 시스템도 갖추고 있어 카드사로서는 상당히 위협적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페이팔이 국내 시장에 들어올 경우 초기에는 카드사와 협력관계를 유지하겠지만 어느 정도 시장 지위를 굳히면 수수료와 관련 카드사들에 압박을 가할 것으로 본다”며 “카드사들이 자체 앱과 플랫폼을 강화하는 형태로 미리 준비해놓을 필요가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강동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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