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워킹맘 정규직 안시키려 꼼수…법원 "부당해고"

"지속 근무 가능하냐" 질문 등

불공정 면접·평가 과정에 제동

불공정한 심사로 워킹맘 근로자를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탈락시킨 공공기관의 결정에 법원이 “부당 해고”라며 제동을 걸었다.

워킹맘이라는 이유로 정규직 전환시 알게 모르게 불이익을 주는 인사 관행에 경종을 울린 것이다.

서울고법 행정7부(윤성원 부장판사)는 준정부기관인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에서 계약직으로 일하다가 정규직 전환을 거부당한 워킹맘 김모씨가 제기한 부당 해고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19일 밝혔다.


지난 2012년 5월부터 KEIT에서 계약직 전문위원으로 일하던 김씨는 2014년 4월 정규직 전환 심사를 받게 됐다. 그런데 심사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일이 벌어졌다. 애초 회사는 1차 성과 평가에서 하위 30%는 걸러내기로 했다. 김씨는 후보 6명 중 4등으로 2차 면접평가 대상 안에 들었다. 하지만 회사는 1차 평가 후 돌연 계획을 바꿔 후보자 6명 모두 2차 평가를 하기로 했다. 면접에서는 김씨의 경우 심사위원이 기혼 여성으로서 계속 근무하는 게 가능하냐는 질문을 던졌고 다른 후보보다 평가 시간이 짧았던 것도 꺼림칙했다. 결국 김씨는 면접 평가 후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떨어졌다. 성과평가에서 1위였던 다른 워킹맘 후보 역시 면접에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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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평가 과정이 워킹맘인 자신을 걸러내려는 의도가 다분해 불공정했다”며 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했다. 하지만 신청이 재심 끝에 기각되자 행정법원에 소송을 냈다.

재판에서 심사 과정의 이상한 점들이 추가로 드러났다. 5명의 심사위원 중 4명의 면접평가표가 모두 같은 필적으로 적혀 있었다. 또 김씨는 면접에서 위원 3명으로부터 83점, 2명에게서 77점을 받았는데 각 두 그룹의 세부 평가 점수가 미리 짠 것처럼 똑같았다. 재판부는 “여러 정황을 종합하면 심사가 공정하게 이뤄졌는지 믿기 어렵고 후보자들의 성별과 혼인 여부에 대한 고려가 있었으리라는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11월 “김씨에 대한 무기계약직 전환 거부는 사실상 부당 해고”라고 판결했다.

KEIT는 판결에 불복, 항소했지만 2심 역시 같은 결론을 내렸다. 항소심에서 KEIT 측은 “기간제 근로자의 사용 기간을 2년으로 한정한 기간제법에 비춰 근로계약 갱신을 기대할 수 있는 권리를 엄격히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김씨가 계약 갱신을 기대할 만한 합리적 요건들이 충족된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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