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30세 사우디 왕자 석유시장 뒤흔들다

국방·경제 등 진두지휘 빈 살만 왕세제

산유국 생산량 동결 합의 파기 앞장서

국가경제 석유의존도 대폭 낮추기 위해

신성장동력 마련 등 대대적 개혁도 추진

모하마드 빈살만 살사우드 사우디 부왕세자모하마드 빈살만 살사우드 사우디 부왕세자




지난 17일(현지시간) 주요 18개 산유국의 생산량 동결 논의 회의가 열렸던 카타르 수도 도하. 18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대표단은 새벽3시 모함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사진) 부왕세제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짐을 싸서 본국으로 돌아오라는 명령이었다.


지난 21년간 사우디 석유장관을 지내 ‘석유왕’으로 불리는 노령의 알리 알나이미(81) 장관도 왕위계승 서열 2위인 30세 부왕세제의 뜻을 거스를 수 없었다. 왕족 출신이 아니었던 알나이미 장관은 이란의 참여 없이도 산유량을 동결하겠다는 의사를 거둬들였고 이미 만들어진 회의 참가국 간 합의문 초안은 휴짓조각이 됐다. 이는 사우디 석유정책이 빈 살만 부왕세제의 손에 달려 있다는 단적인 사례라는 게 FT의 설명이다.

영문 이니셜을 따 ‘MbS’로 불리는 빈 살만 부왕세제는 아버지 살만 빈 압둘아지즈 국왕의 전폭적 신임 아래 석유와 경제·교육 등을 관리ㆍ감독하는 최고 의사결정기구 책임자와 국방장관을 겸하고 있다. 그는 사우디 왕가가 막후에서 석유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관례를 깨고 “이란 등 모든 산유국의 동참 없이는 동결하지 않을 것”이라는 등의 공개발언으로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최근 CNBC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다음으로 석유 시장에 대한 영향력이 막강한 인물”이라고 평가했을 정도다.


특히 그는 미국 셰일업체를 고사시키고 서방의 제재 해제 이후 이란의 원유시장 복귀를 저지하기 위한 ‘석유전쟁’을 주도하고 있다. 빈 살만 부왕세제는 서구 유학을 다녀온 도시풍의 다른 왕자들과 달리 국내 교육만 받았고 사우디 전통복장을 고집하는 강경파다. 지난 2년간 저유가로 인한 외환보유액 1,000억달러 급감, 국가신용등급 강등, 재정수입 감소 등의 경제난도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기업가치가 최소 1조달러로 추정되는 국영 석유업체 아람코 상장 등으로 실탄을 마련해 ‘치킨게임’을 지속할 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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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재정지출 감축, 신성장동력 마련 등 석유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대대적인 경제개혁도 단행하고 있다. 대외적으로도 역내 앙숙이자 경쟁자인 이란과의 단교, 예멘 반군에 대한 무차별 공습 등 강경 노선을 고수하고 있다. 이번 동결합의 파기도 이란이 석유수출로 경제력을 회복하기 전에 타격을 주겠다는 의도다. 아울러 강력한 반대에도 이란과 핵협상을 타결한 미국의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 대한 경고라는 분석이 나온다. 동결 무산에 유가가 하락하면 에너지 기업들의 투자부진과 파산 등으로 미국 경제마저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사우디가 이란은 물론 미국에 대한 정치적 목적을 위해 석유정책을 사용하고 있다”며 “오바마 대통령이 관계복원을 위해 19일 사우디를 방문해 살만 국왕과 회담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국제유가의 향방은 물론 사우디의 미래 경제, 중동 내 역학관계가 빈 살만 부왕세제의 손에 달려 있는 셈이다.

하지만 빈 살만 부왕세제의 승부수가 위험한 도박이라는 지적도 많다. 인구의 70%를 차지하는 30세 이하 젊은층의 실업률이 40%에 달하는 마당에 각종 공공지출 감소와 세금 확대 등 급진적 개혁은 사회불안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또 산유량 동결을 고대하는 역내 우방들과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빈 살만 부왕세제에게로 권력이 집중되며 다른 왕족들의 불만이 증폭되고 있다.

/뉴욕=최형욱특파원 choihuk@sedaily.com

최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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