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조아제약, ‘화장실 갈 때 보고’, ‘면벽 근무’ 해고 복직자에 보복 논란

국내의 한 제약회사가 부당해고 판정으로 복직한 직원에게 책상을 벽을 보고 배치하고, 화장실을 갈 때도 보고하라고 지시하기도 등 보복성 조치를 취한 사실이 재판 과정에서 드러났다.

21일 법원에 따르면 1997년 조아제약에 입사한 이모씨는 2013년 4월 출장에서 복귀하던 중 교통사고가 나 상해를 입고 6월 중순까지 병원에 입원했다. 회사는 같은 해 8월 이씨가 입원기간 진단서 제출 지연과 무단결근을 이유로 해고했다가 3주 가량이 지나 돌연 해고를 취소했다. 이틀 뒤 회사는 이씨가 부정한 방법으로 사내 주택자금을 수령했다는 사유를 추가해 인사위원회 개최를 통보하고 자택 대기발령을 명령했다. 이씨는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냈다.


노동위에서 양자간 화해가 성립되고 같은 해 12월 이씨가 복직되면서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 했지만 회사는 이듬해 2월 다시 앞선 무단결근 등 6개 징계사유를 들어 이씨를 해고했다. 그러나 중앙노동위원회가 징계가 과하다며 부당해고로 판정하면서 이씨는 2014년 10월 복직했다.

이때부터 회사는 이씨에게 보복에 가까운 비인격적 대우를 시작했다.

회사는 이씨에게 화장실 갈 때 이야기를 하고 갈 것을 지시했다. 이씨의 책상은 출입구에 혼자 벽을 보고 있어야 하는 위치에 배치됐다. 여기에 회사는 2014년 11월 19일 인사위원회를 열고 중노위가 6개 징계사유 중 정당하다고 인정한 무단결근과 병가·휴직 신청 미이행 등을 이유로 이씨에게 정직 1월의 징계를 내렸다. 이로부터 한 달 뒤 회사는 문자메시지로 이씨에게 출근을 지시했고 이씨는 ‘월차를 신청한다’고 문자로 답하고는 3일 뒤 출근했다.


회사 측은 출근 지시를 어긴 데 대해 이씨가 출근한 당일 시말서를 요구했지만 ‘월차를 신청해 출근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시말서를 받자 내용이 미흡하다며 다시 제출할 것을 지시했으나 이씨는 응하지 않았다. 이후 회사는 지난해 1월 이씨가 정직 종료 후 복직을 지연하고 시말서 제출 명령을 위반한 점 등의 사유를 들어 다시 정직 1월의 징계를 내렸다. 하지만 중노위가 일부는 징계사유가 될 수 없다고 판정하자 회사는 “1차 정직 때 복직하지 않고 월차를 신청한다는 문자메시지만 보내고 시말서 제출을 지시했지만 정당한 이유 없이 응하지 않은 것은 징계사유”라며 중노위를 상대로 판정 취소 소송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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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을 심리한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부장 김용철)는 “월차 신청 의사를 명시적으로 표시했고 미출근이 회사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는 경우에 해당하지도 않는다”며 이씨가 정당한 결근을 한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시말서 제출과 관련해 이씨가 사측과 언쟁중에 “소방법을 위반한 사항이 있는 것 같다”고 말한 것을 두고 ‘부정한 목적의 언급’으로 징계사유에 해당한다는 회사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씨는 장기간 회사로부터 해고와 정직 등 징계를 받고 복직하는 등 갈등을 겪어왔고 중노위 판정으로 복직한 이래 회사로부터 화장실까지 이야기하고 가라는 지시를 받는 등 심한 감시를 당해왔다”며 “책상이 출입구에 혼자 벽을 보고 있어야 하는 곳에 배치되기도 하는 등 지속적 압박을 받아 심한 모멸감을 느끼고 있었던 만큼 이런 언동은 부당한 시말서 지시에 대해 방어적으로 항쟁한 것으로 볼 여지가 많다”고 지적했다.

조아제약 측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겠는 뜻을 밝혔다.

전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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