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권오갑 현대重 사장 "수주절벽 냉엄한 현실…노조도 회사 생존만 생각해 달라"

[핫이슈] 현대重 3,000명 감원·100개 부서 통폐합

조선업황 되레 악화… 해양플랜트 적자폭 커져

수주까지 무너지자 다시 고강도 구조조정 카드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을 전면 중단하겠습니다.”

지난해 6월1일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은 직원들에게 보낸 담화문에서 이같이 못을 박았다. 권 사장은 당시 인력 구조조정과 조직개편으로 회사 체질개선 작업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만큼 이제는 힘을 모을 때라는 판단에 임직원 다독이기에 나섰다.


그러나 권 사장의 약속은 1년을 채우지 못하고 백지화됐다. 현대중공업은 조선업황이 개선되기는커녕 더 악화하자 조직·시설·인원 등 모든 부문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이달 말 전체 임직원의 10%에 해당하는 최대 3,000명을 감축하기로 했다. 지난해 조선업계를 뒤흔든 구조조정 한파가 올해 더욱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21일 현대중공업 권 사장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앞두고 울산 본사 1층 본관에서 백형록 위원장 등 노조 간부들을 만나 회사의 어려운 상황을 설명했다. 권 사장은 “수주 절벽에 따라 일감이 부족한 냉엄한 현실을 부인하지 말아야 한다”며 “회생을 위해 이제는 노조도 오로지 회사의 생존을 위한다는 생각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권 사장과 경영지원본부장, 원가 담당 임원은 한 시간가량 수주 상황, 확보 물량, 자금현황 등을 설명하며 회사 측의 비상경영계획 방향을 설명하고 협조를 구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014년 3조2,000억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한 뒤 2015년 들어 과장급 직원과 근속연수가 긴 여직원 1,500여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임원진도 40대를 대폭 기용하며 분위기를 바꿨고 각 사업 대표의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등 체질개선에 나섰다. 어느 정도 경영이 효율화되고 분기 영업적자 규모도 2,000억원 미만으로 유지되면서 해양부문 부실도 상당부문 해소됐다는 판단에 지난해 6월 권 사장은 인력 구조조정 중단을 발표했다.

그러나 조선업은 지난해 하반기에도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되레 악화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3·4분기 해양플랜트 계약 취소 등 악재가 겹치며 9,000억원 가까운 영업손실을 냈고 4·4분기에도 2,791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재무 안정성이 크게 흔들렸다. 급기야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송년사에서 “조직과 인원·사업구조·업무절차 등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 불편을 감수하고라도 비용을 줄여나가야 한다”고 강조하며 구조조정 가능성을 내비쳤다.


점점 커지는 위기감 속에 올해는 극심한 수주가뭄까지 닥치며 조선업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다. 해양플랜트 부실로 이미 재무구조가 너덜너덜해진 가운데 당장 1~2년 뒤 일손까지 놓게 될 가능성이 치솟은 것이다.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조선 3개 계열사의 올해 1~3월 누적 수주규모는 2억3,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6억4,000만달러)의 절반에도 훨씬 못 미친다. 2014년 같은 기간 거둔 수주실적(31억9,000만달러)과 비교하면 10분의1에도 못 미치는 초라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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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친 데 덮친 격으로 수주시장까지 무너져버리면서 현대중공업이 결국 다시 인력 구조조정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현대중공업은 이번 구조조정에 그동안 성역처럼 여겨지던 생산직 근로자도 포함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노동조합의 반발을 고려해 비노조원으로 대상을 한정 지었다. 사무직으로 치면 차장급 이상이다.

이번 구조조정이 노조원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현대중공업이 다시 구조조정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것만으로도 노조에는 큰 압박이 될 수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이달 초 기본급 9만6,712원(호봉승급분 별도) 인상과 성과급 250% 이상 지급, 자연 감소 인원만큼 신입사원 충원, 노조 추천 사외이사 선임 등 요구사항을 회사 측에 전달했다.

노조 요구안을 모두 받아들일 경우 4,000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회사는 분석했는데 2014~2015년 2년간 5조원 가까운 영업손실을 본 회사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컸다.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회사의 상황이 최악에 이른 만큼 노조의 인식과 태도도 변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혜진·임진혁기자 hasim@sedaily.com

임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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