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프랜차이즈, 갈등에서 협력으로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

가맹사업, 본부-사업자의 동행

CJ푸드빌 공정거래 협약 발판

상생 뿌리 내릴수 있도록 지원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




지난 2002년 가맹사업법이 제정된 후 14년이 흘렀다. 그간 가맹사업법은 시대적 요구에 맞춰 정보공개서 등록제, 가맹금 예치제, 예상매출액 서면 제공, 영업지역 보호제도 등 가맹점 사업자들의 권익 강화를 위한 다양한 장치를 도입함으로써 가맹 본부와 가맹점 사업자가 함께 균형적으로 발전해 나가는 데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 그리고 실제로 가맹 분야의 공정거래질서가 한층 개선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가맹 분야에서는 약 4,000개의 가맹 본부와 20만개의 가맹점이 영업하고 있다. 또 하루에도 평균 100여개의 가맹점이 신설되고 60여개의 가맹점이 문을 닫을 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그만큼 소위 ‘갑질’ 문제도 영업사원의 막말에서부터 과도한 위약금까지 아주 다양하게 제기되고 있으며 정부의 감시와 법 집행만으로는 공정거래질서를 바로잡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어제 반가운 소식이 있었다. 뚜레쥬르를 운영하는 CJ푸드빌이 공정거래 협약을 체결한 것이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가맹사업법으로는 규제하기 어려웠던 사항에 대해 가맹 본부와 가맹점 사업자가 자율적으로 거래 방식을 개선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예를 들어 가맹사업법은 가맹계약 체결 시 가맹 본부의 영업지역 설정을 의무화하고 계약 기간 중 해당 지역 내 신규 출점을 금지했지만 영업지역 설정 방식은 업종·브랜드 특성 등을 고려해 업체가 자율적으로 정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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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푸드빌은 공정거래 협약으로 기존 점포의 500m 내에는 신규 출점을 최대한 자제하는 영업지역 설정 방식을 약속했으며 설령 500m 이내에 출점하더라도 해당 점포 매출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면 각종 지원을 제공하기로 했다. 가맹점 사업자들 역시 재건축 등 대규모 개발로 상권이 급격히 변동할 경우 등에는 합의를 거쳐 영업지역을 조정할 것을 약속했다. 나아가 CJ푸드빌은 가맹점 사업자가 안정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계약갱신요구권을 20년으로 보장하기로 했다. 법이 인정하는 계약갱신요구권 시한 10년의 2배다.

무엇이든 시작이 어렵다. 이번 협약의 경우도 가맹 본부와 가맹점 사업자들이 1년 이상 진지한 대화와 협상을 통해 체결한 것으로 알고 있다. 드디어 가맹 분야도 공정거래 협약 체결의 첫발을 내딛고 앞으로 다른 주요 가맹 본부에서도 협약을 체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위는 공정거래 협약의 소중한 씨앗들이 시장에서 잘 싹틀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할 것이다. 협약 체결 확산을 적극 유도할 뿐 아니라 이미 체결된 협약이 제대로 이행되는지도 꼼꼼히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특히 가맹 본부의 실질적인 상생 노력을 평가하기 위해 가맹 본부 대비 가맹점 매출액 증가율, 가맹점 폐점률, 가맹 본부의 법 위반 여부 등에 대해서도 종합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다.

가맹사업은 본질적으로 가맹 본부 또는 가맹점 사업자가 자신만의 단기 이익을 추구해서는 장기적으로 운영될 수 없는 사업 모델이다. 가맹사업은 가맹 본부의 아이디어 및 기술에 가맹점 사업자의 자본과 영업력을 결합해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경영 방식이기 때문이다.

가맹사업은 인익기익(人溺己溺), 즉 남이 물에 빠지면 자기로 인해 물에 빠진 것처럼 생각하듯 가맹 본부 및 가맹점 사업자가 서로 상대방의 어려움을 자신의 문제처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가 매우 중요한 분야다. 가맹 본부가 가맹점 사업자에 투자하고 지원할 경우 가맹점의 매출이 증대될 뿐 아니라 가맹 본부도 성장하게 된다. 가맹 본부와 가맹점 사업자가 상대방의 희생으로 나의 이익을 창출하는 이해상충(trade-off)의 관계에서 벗어나 서로 한배를 탄 동반자로 상생과 혁신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사랑받고 명실공히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세계적인 브랜드를 만들어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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