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서 세계적 베스트셀러 소설 ‘다빈치 코드’를 떠올렸다면 적절한 연상이다. 현역 화가인 저자는 우리의 그림이 서양의 그것과는 달리 풍경이나 사물을 묘사하는 등 그저 단순한 표현에 머물고 있는 이유가 어떤 암묵적 제약 때문은 아닐까 짐작한다. 그렇다면 분명 누군가는 그 제약을 교묘히 벗어나는 상징들을 자신의 작품들에 남겨놓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이런 착안 아래 저자가 우선 집중한 한국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바로 추사 김정희(1786~1856). 저자는 추사가 남긴 작품들의 내용이 그 서체의 독창성과 변화 무방함에 비해 너무나 밍밍하고 단순한 사실에 주목했다. 숨겨진 천재의 본심을 제대로 읽어내기 위해 저자는 사서오경을 비롯한 유학 경전과 불교 경전, 성리학과 실학, 고증학, 당시의 정치·역사까지 두루 살피며 그 맥락 속에서 추사의 작품 분석을 시도한다. 그 결과 추사가 정적의 눈을 피하고자 작품 구석구석 숨겨놓은 수많은 코드를 찾아낸다. 그 코드들에는 추사의 정치관은 물론 정책 방향에 대한 조언, 정치적 후계자를 길러내기 위한 은밀한 설계까지 담겨 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는 향후로도 추사가 그린 난으로 그의 사상을 살펴보는 ‘추사난화’, 진경산수화를 중심으로 우리가 알지 못했던 조선 회화의 비밀을 캐어 보는 저작을 연이어 출간할 예정이다. 저자의 해석을 어디까지 받아들일지는 독자의 몫이다. 다만 어렵고 무미건조한 한국 미술 연구 서적 가운데 돋보이는 저작임은 틀림없는 듯하다. 2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