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터질 것 같은 티셔츠를 보세요. 싸움은 근육으로 하는 것인데 우리 팀에는 근육이 있고 저 팀에는 없습니다. 게다가 나이를 언급하고 싶진 않지만 우리는 저쪽보다 훨씬 젊죠. 낮잠을 자다가 이제야 일어날 것 같은 팀 아이언맨으로서는 우리를 도저히 이길 수 없습니다.”
오는 27일 한국에서 세계 최초 개봉을 앞두고 있는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이하 시빌 워)’에 팔콘 역으로 출연한 안소니 마키는 실제로 두 팀이 전력으로 싸운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이냐는 질문에 유쾌하게 답했다. 22일 싱가포르 마리나 샌즈 베이 호텔에서 한국 기자단을 대상으로 열린 기자회견에서는 연출을 맡은 조 루소 감독을 필두로 배우 크리스 에반스(캡틴 아메리카 역), 세바스찬 스탠(윈터 솔져 역), 안소니 마키(팔콘 역)이 함께 했다. 이날 함께 한 배우 모두가 팀 캡틴에 소속된 히어로를 연기한 탓인지 다른 배우들 역시 ‘팀 캡틴’의 승리를 예견했다. 크리스 에반스는 “팀 아이언맨 소속의 ‘비전’이 다소 위험하기 하지만 스칼렛 위치가 막아줄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고 세바스찬 스탠 또한 “앤트맨과 스칼렛 위치가 우리 편이기에 팀 캡틴이 유리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심지어 감독 또한 “캡틴의 전략적 사고가 이길 것”이라며 팀 캡틴의 편을 들었다.
‘시빌 워’는 히어로들의 연합체 ‘어벤져스’와 관련한 사고로 부수적인 인명·재산 피해가 다수 발생하자 정부가 이들을 관리·감독하는 ‘초인 등록제’를 실시하겠다고 하면서 시작한다. 어벤져스 내부는 정부 입장을 지지하는 찬성파 ‘팀 아이언맨’과 개인의 올바른 판단과 책임 아래 인류를 보호해야 한다는 반대파 ‘팀 캡틴’으로 나뉘어 대립하게 되고 실제 충돌로 이어질 정도의 갈등을 빚는다. 게다가 캡틴 아메리카의 옛 친구이자 초인인 윈터 솔져가 대정부 테러범으로 지목되며, 윈터 솔져를 보호하려는 캡틴 아메리카의 행동은 또 다른 종류의 갈등을 불러 온다.
다소 논쟁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만큼 영화를 넘어 배우와 감독 각각의 의견은 어떠한가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우선 옛 친구라는 이유만으로 윈터 솔져를 보호하는 캡틴 아메리카의 행동이 과연 정의에 가까운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크리스 에반스는 “그래서 이 영화가 다이나믹한 것”이라고 강조하며 말하며 “단순히 옳고 그르냐를 둘러싼 가족 내 갈등이 아니라 자신이 믿고 지지할 가치에 따라 새로운 가족을 만들어가는 이야기로 해석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캡틴은 기존 삶의 가장 중요한 친구였던 버키를 버릴 수 없기에 윈터 솔져를 구하기로 선택하지만 그러기 위해 새로운 삶 속에서 만난 친구들과 싸워야 한다”며 “기존의 삶과 새로운 삶이 충돌할 때 어떤 선택을 하느냐를 지켜보는 것이 영화의 흥미로운 지점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얼핏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인 아이언맨이 정부의 ‘초인 등록제’를 지지하고 명령에 복종하는 군인 출신인 캡틴 아메리카가 반대한다는 것도 색다른 요소다. 조 루소 감독은 “반전을 의도한 것은 맞지만 억지를 쓴 것은 아니”라며 “캡틴은 투철한 애국심의 소유자였지만 정부의 부정을 알고 변화하는 과정에서 이런 선택을 하게 되고, 아이언맨은 자기중심적인 삶을 살아왔지만 그 성품이 다른 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을 줄지도 모른다는 불안 속에서 자기 통제의 필요성을 깨닫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영화와 달리 캡틴 아메리카 역의 크리스 에반스는 “만약 이런 상황이 실제로 벌어진다면 어떤 형태든 간에 통제나 관리가 필요할 것 같다. 잘못될 수 있는 가능성이 너무도 높기 때문”이라는 개인적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한편 싱가포르·말레이시아·태국·대만·호주·뉴질랜드 등 총 12개 국가 소속 언론이 참여한 이번 행사에서 특정 국가 기자단만을 대상으로 기자회견을 연 것은 한국이 유일했다. 한국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개봉하는 ‘시빌 워’의 최초 개봉 국가이기도 하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네 사람 모두는 “한국 영화 산업은 이 중에서도 특별하다”는 찬사를 보냈으며, 특히 크리스 에반스는 “개인적으로 그 산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설국열차)도 있었기 때문에 여러분(한국 기자단)이 여기까지 온 것이 나에게는 굉장히 의미심장한 의미로 다가온다”고 강조했다. /싱가포르=김경미기자 kmkim@sedaily.com 사진제공=월트디즈니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