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제도

[건축과 도시] 산을 뒤집은 건물...‘송도 트라이볼’

익숙함을 깬 역발상 … 도시에 창의성을 채우다

인천 송도신도시 중심부 센트럴파크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송도 트라이볼’. 물이 채워진 얕은 수변공간 위에 3개의 원뿔을 뒤집어 붙인 듯한 독특한 외관을 보여주고 있다.인천 송도신도시 중심부 센트럴파크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송도 트라이볼’. 물이 채워진 얕은 수변공간 위에 3개의 원뿔을 뒤집어 붙인 듯한 독특한 외관을 보여주고 있다.




#“파빌리온(pavilion)의 원래 의미는 온전한 건축물이 아닌 가설 건물이나 임시 구조체를 뜻하는 말이다. 영구적으로 지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능적으로 모호하고 용도가 변화무쌍한 건축물이다.-‘파빌리온, 도시에 감정을 채우다(파레르곤포럼 지음, 홍시 펴냄)’


지난 2009년 인천 세계도시축전에 맞춰 상징 건축물로서 설계됐던 송도 트라이볼은 ‘파빌리온’ 건축물이다. 막상 행사보다 한 해 늦은 2010년에 완공됐지만 독특한 외관으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는 건물이다. 현재는 ‘공연·전시 복합문화공간’으로 운영되며 지역 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 ‘형태가 용도를 만든다’

‘아랫면은 뾰족, 천장은 평평’ 독특한 외관

거주공간 활용의 무궁무진한 가능성 제공



최근 기자가 찾아간 인천 송도신도시는 한편에서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따뜻한 햇살 아래 간척지 특유의 강한 바닷바람이 들이치고 건축모형처럼 단정하게 정돈된 거리 사이 황무지처럼 막막하게 비어 있는 공간이 나타난다.

그 가운데서도 40만㎡ 면적에 해수를 끌어들여 1.6㎞의 수로를 조성한 중앙공원 송도센트럴파크가 단연 돋보였다. 일본 후쿠오카의 커낼시티를 벤치마킹해 유럽식 가로 쇼핑몰 내부에 540m의 인공수로를 연결한 커낼워크 역시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송도 트라이볼은 바로 그 송도센트럴파크가 호수로 이어지는 길목에 있다.

강한 개성을 뿜어내는 외관에서도 느낄 수 있듯 파빌리온의 성격이 강하다. 바닥 분수처럼 얕은 물 위에 떠 있는 형태로 3개의 다리가 이어지고 아랫면은 뾰족하면서 천장은 평평한 이 건물에서 실용적인 측면의 고려는 느끼기 어렵다.

설계자인 유걸 아이아크건축가들 공동대표는 트라이볼을 ‘산을 뒤집은 형태’라고 설명한다. 그의 표현대로 ‘가만히 생각하면 자연은 울렁 불렁’ 하고 익숙한 능선의 산을 통째로 땅에서 들어내 뒤집으면 지금의 모양이 나온다.

유걸 대표는 이에 대해 “보통 흠잡을 데 없는 건물이란 최적화된 기능을 가진 건물이고 이는 거주자의 삶과 생활이 변하는 순간 용도 폐기된다”며 “하지만 형태가 우선이면 거주자가 여기서 뭘 할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용도가 아닌 형태를 우선시했다는 설명이다.

3개의 조형물을 이어붙인 형태인 송도 트라이볼은 벽면이 비정형적인 곡면으로 처리되어 있다.3개의 조형물을 이어붙인 형태인 송도 트라이볼은 벽면이 비정형적인 곡면으로 처리되어 있다.


● 3개의 다리로 연결된 수변 위 공연장

다양한 동선으로 중앙무대 실내 공연장 연결

기획자의 번뜩이는 아이디어 살아나는 공간



익숙한 건축형태에서는 멀어진 셈이지만 현재 이 공간을 운영·기획하고 있는 인천문화재단의 김세진 대리는 예술 공연·행사장으로서는 더없이 창의적인 공간이라고 평가한다.

지난해 여름 음악페스티벌 때는 물 위에 놓인 다리와 수변 공간을 활용한 야외 무용공연을 치렀고 내부 공연장에서는 상설 뮤지컬 공연 ‘비밥’과 클래식 연주회가 이어진다. 본격적으로 운영된 지 2년 만에 연간 300일 이상 행사가 진행되고 연간 4만명에 달하는 관객이 이곳을 찾는다. 무대를 설치하고 정비하는 기간을 감안하면 사실상 쉴 틈 없이 이용되는 셈.


그는 “수변 공간 위 3개의 다리를 통해 건물로 들어오게 돼 있고 실내 공연장은 다양한 동선으로 연결된 중앙무대 앞에 원형경기장처럼 좌석이 계단식으로 배치돼 있다”며 “트라이볼은 기획자가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살아나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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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350석, 최대 500석까지 확장 가능한 메인 공연장은 아늑하면서도 소리의 울림이 좋았다. 철골 구조로 노출된 천장이 아쉬운 감이 있지만 무대와 객석이 가까워 소규모 공연이나 쇼케이스 공간으로 적합했다. 관객 반응도 좋아서 제대로 된 홍보 없이도 매 공연 현장에서 전체 입장권의 3분의1가량이 팔려나간다.

유걸 대표도 이 같은 활용에 큰 만족감을 표시한다. 그는 “사실 트라이볼이 기념비적인 역할을 하겠지만 실용적으로 쓰일 수 있을까 의구심이 있었다”며 “하지만 피아노 연주회를 보러 가니 연주자 앞으로 관객이 둘러앉은 느낌이 좋았다”고 말했다.

송도 트라이볼은 최대 500명까지 관람할 수 있는 공연장을 갖추고 있다.송도 트라이볼은 최대 500명까지 관람할 수 있는 공연장을 갖추고 있다.


송도 트라이볼 내부 공연장과 전시장을 잇는 공간.송도 트라이볼 내부 공연장과 전시장을 잇는 공간.


● 3D 설계로 구현한 곡선 디자인

시공사도 두 손 든 비정형적 자유곡면 구조

콘크리트형틀부터 마감재까지 설계자 손 닿아



처음에는 낯선 외관에, 안으로 들어가면 공연장으로서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는 트라이볼. 하지만 상부로 올라갈수록 넓어지는 역삼각형 구조에 외벽은 곡면으로 처리된 비정형적 디자인이다.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떠올리게 하는 이 건물은 비행기·자동차 등 구상할 때 사용하는 3차원(3D) 설계 프로그램을 사용했다.

유걸 대표는 “일반 건축물은 가로·세로·높이 세 축을 잡고 벽과 천장을 세우지만 자유곡면을 사용하면 매 지점의 축이 바뀌죠. 시공사도 이 부분을 어려워해 결국 우리가 콘크리트 형틀에서 내부 마감까지 모두 설계해줬습니다.”

나아가 그는 지금처럼 시공사 중심이 아닌 설계자가 여러 전문건설업체와 협업해 건축 전 과정을 이끄는 시기가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서 다품종 소량생산이 가능해진 상황에서 건축가는 집을 구성하는 다양한 개별 유닛을 설계하고 전문업체가 자재를 공급하거나 조립해주는 형태다. 그는 설계 도면과 건축 방법을 온라인으로 공개해 비전문가도 집을 지을 수 있게 돕는 ‘위키하우스’를 예로 들었다.

“건설 자재는 3D 프린터로 인쇄하거나 합판으로 잘라 만듭니다. 기존 건축비용의 절반 정도면 비전문가도 얼마든지 집을 지을 수 있죠. 건축가가 건축물 외관 틀과 화장실·부엌·욕실 등 컴포넌트를 각각 설계하고 전문업체는 이를 생산·조립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같은 것을 구상하고 있습니다.”/송도=이재유기자 0301@sedaily.com 사진=이호재기자

● [설계자 인터뷰] 유걸 아이아크건축가들 공동대표

“남들 하려는 걸 하니 힘들어 … 젊은 건축가들 자신만의 건축했으면”

유걸 아이아크건축가들 공동대표./사진제공=아이아크건축가들유걸 아이아크건축가들 공동대표./사진제공=아이아크건축가들


“젊은 건축가들이 좀 더 자신감과 의욕을 갖고 자신만의 건축을 했으면 합니다. 너무 기능적인 측면에 치중한 건축물보다 좋아하는 형태 하나를 만드는 게 낫죠. 남들과 같은 걸 하려니 힘들어지는 겁니다.”

송도 트라이볼을 설계한 유걸 아이아크건축가들 공동대표는 조화보다는 차별화를 강조한다. 주변 환경과의 맥락, 익숙하고 실용적이어서 편한 건축을 좋아하지 않는다. 자기 색, 목소리가 없어지는 것을 경계한다. 비슷한 목소리로 훌륭한 조화를 이룬 합창단보다 각자의 소리가 살아 있는 합창이 더 생동감 넘치고 박력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인지 철저히 공동작업일 수밖에 없는 건축설계 과정에서도 역량을 갖춘 건축가 각각의 목소리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런 그가 젊은 건축가들에게 바라는 것은 도전정신이다.

유 대표는 “저는 건축과 졸업생들에게 빨리 사무실을 차리고 집을 지으라고 충고한다”며 “어중간한 설계사무소에 취직해 5~6년 일해봐야 기술은 계속 바뀌고 아무 의미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 김수근 선생님 밑에서 일할 때 ‘여기서 5년 일했는데 더 배울 게 있을까 싶어 계속 일하려 한다면 건축 그만둬야 한다’고 하신 게 기억난다”고 덧붙였다.

유 대표는 “자신감과 의욕을 갖고 하다못해 개집이라도 지으면서 생각하는 게 낫다. 보통 집 지을 때 전문가를 찾는 것은 ‘경험’ 때문이지만 요즘은 인터넷에 자료가 널려 있다. 그냥 어떻게 조합할지만 고민하면 된다. 기술이 좋아져서 역량만 있다면 얼마든지 혼자서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재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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