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다음달 27일 일본 히로시마를 방문해 ‘핵 없는 세상’ 촉구 연설을 할 예정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2일 복수의 미국 정부 고위관계자들을 인용해 오바마 대통령이 다음달 일본 미에현 이세시마에서 열리는 주요7개국(G7) 정상회의 폐막일에 맞춰 히로시마를 방문하는 일정을 일본 측과 조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오는 25일 중동·유럽 순방일정을 마치는 대로 최종 결정을 내린 뒤 다음달 초 일본 정부에 정식 입장을 전달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행은 미국 현직 대통령으로는 첫 피폭지 방문이 된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오바마 대통령과 동행할 예정이다.
미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의 방문은 G7 일정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정상회의의 마지막 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히로시마평화기념공원에서 헌화하고 핵 근절을 촉구하는 연설을 할 계획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다만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방문이 자칫 원폭 투하에 대한 미국의 사죄로 비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예정이다. 연설도 핵확산에 반대하는 메시지와 함께 일본의 식민지배 피해를 당한 한국·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을 배려한 내용을 담을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009년 취임 이후 첫 일본 방문 당시 “재임 중 히로시마를 방문할 수 있다면 영광일 것”이라며 방문 의사를 피력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후 세 차례 일본을 방문하면서도 미국 내 여론을 고려해 히로시마를 찾지 않았지만 임기 마지막 해를 맞아 히로시마 방문을 자신의 정치적 유산으로 삼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또 최근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의 히로시마 방문에 대해 예상보다 국내 반발이 크지 않았다는 점도 오바마 대통령의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