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이 경영난을 버티지 못하고 결국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를 신청하기로 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한진해운 경영권을 포기한다. 지난달 현대상선의 자율협약이 개시된 데 이어 한진해운까지 두 손을 들면서 한국을 대표하던 양대 해운사 모두 채권단에 운명을 맡기게 됐다.
다만 벼랑 끝에 몰린 현대상선은 22개 해외 선주들과의 용선료 협상이 진척을 보이고 조만간 최종 합의에 이를 가능성이 대두돼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위기에서 극적으로 벗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기고 있다. ★관련기사 3·9면
한진해운은 22일 이사회를 열어 재무구조 개선과 경영정상화를 위해 오는 25일 채권단에 자율협약을 신청하기로 했다.
한진해운 지분 33.23%를 가진 최대주주 대한항공도 이날 오전 이사회를 개최해 자회사 한진해운의 자율협약 신청을 결정했다.
이와 관련해 한진그룹은 “심각한 경영난에 봉착한 한진해운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지난 2013년부터 유상증자 등으로 1조원의 자금을 지원했지만 해운업 환경의 급격한 악화로 한진해운이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놓여 혼자 힘으로는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자율협약 신청 배경을 설명했다.
자율협약 이후 채권단 주도로 구조조정이 진행되면 감자와 출자전환 등을 통해 기존 대주주(대한항공)의 지분율은 대폭 낮아진다. 조양호 회장은 대주주 책임 차원에서 경영권 포기를 선택했다.
조양호 회장은 2014년 6월 당시 경영난에 빠진 한진해운을 제수인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으로부터 넘겨받았다. 이후 자산매각과 경영 효율화 등 모든 대책을 펼쳤음에도 운임이 계속 떨어지며 만 2년을 채우지 못하고 두 손을 들게 됐다.
한진해운이 채권단 관리에 들어가면서 신용등급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나이스(NICE)신용평가는 이날 한진해운의 신용등급을 기존 ‘BB’에서 ‘B-’로 네단계 낮추고 하향검토 등급감시 대상에 올렸다.
한편 현대상선의 용선료 협상은 선주들에 대한 사후보상 방안 등의 논의에서 상당 부분 합의돼 조만간 최종 합의를 도출할 것으로 보인다. 협상에 밝은 한 소식통은 “정부가 시한으로 정한 4월 말까지는 힘들고 5월 중에는 최종 합의가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