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벼랑 끝 해운업 민관 긴급회의> 한진·현대, 빅2동맹서 제외...새짝 찾아도 경쟁력 약화 불가피

■ 양대선사 '재편 해운동맹' 탈락 위기

현대, G4 속하고 한진 KYH는 대형사 없어 재편 기로

그나마도 법정관리 땐 '태극기 단' 선사 없어질수도

"정부·학계·선사 TF 구성...합병 등 획기적 대안 시급"



상위권 해운사들끼리의 짝짓기로 내년부터 해운 얼라이언스(동맹)가 덴마크 머스크와 스위스 MSC가 연합한 ‘2M’과 프랑스 CMA-CGM, 중국원양해운 등이 참여하는 ‘오션’ 양강 구도로 재편되면서 이에 끼지 못한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등 국적선사들의 세력 감소가 불가피해졌다. 국내 선사를 포함한 나머지 해운사들끼리 새로운 동맹을 결성한다 해도 ‘빅2’에 밀려 경쟁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그나마도 국내 해운사들이 경영 정상화에 실패해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되면 ‘태극기를 단’ 선사는 글로벌 무대에서 아예 자취를 감출 가능성이 높다.

해양수산부 주재로 해운업계와 학계, 정부가 25일 긴급회의를 여는 것도 동맹 변화가 불러올 악영향을 철저히 검증하고 대응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담겨 있다. 해운업 약화는 돌이킬 수 없는 대세이지만 항만산업까지 동반 부실에 빠지는 것을 좌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24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현재 글로벌 컨테이너선사들은 2M·CKYHE·G6·0CEAN3 등 4대 동맹체제를 형성하고 있다. 컨테이너선은 노선 버스와 같은 개념으로 운영된다. 화물이 많고 적고를 떠나 일정한 날짜에 정해진 기항지를 순환하는 식이다. 아시아에서 유럽이나 미주까지 왕복하려면 꼬박 3~4주가 걸리고 선박도 수척을 투입해야 하므로 한 회사가 전 세계 모든 노선을 운영하기 어렵기 때문에 해운사들은 동맹을 맺고 공동 운항함으로써 전 세계 노선 서비스를 제공한다. 결국 얼마나 튼튼한 동맹에 포함되는지가 해당 해운사의 경쟁력으로 직결되고 동맹에서의 퇴출은 글로벌 선사로서 지위를 더 유지할 수 없음을 뜻한다.

최근 중국원양운수그룹(COSCO)과 중국해운그룹(CSCL)이 합병한 중국원양해운(CCSG)이 프랑스 CMA-CGM과 홍콩의 OOCL, 대만의 에버그린라인 등과 새로운 해운동맹 ‘오션’을 설립하기로 하면서 세계 해운 동맹 판도는 급변하고 있다. 한진해운이 속한 CKYHE에서 큰 형님 격인 코스코와 에버그린이 빠져나가 KYH만 남았고 현대상선의 G6에서는 OOCL과 CMA-CGM에 인수된 싱가포르 APL이 제외돼 G4가 된다.

아시아-유럽 노선의 동맹별 시장 점유율을 따졌을 때 현재 한국 선사가 속한 동맹체의 비중은 43%지만 앞으로는 25%로 대폭 줄어든다.

양대 선사는 동맹 변화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현대상선은 G6에서 G4로 축소됐지만 세계 4위권의 독일 하파그로이드가 건재하다는 점에 안도하고 있다. 하파그로이드는 최근 범아랍선사 UASC와도 컨테이너 부문 통합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UASC는 현재 동맹 ‘오션3’에서 CMA-CGM과 CSCL이 빠져나가 새로운 짝짓기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하파그로이드는 UASC가 보유한 1만8,000TEU(1TEU는 6m 길이 컨테이너)급 선박을 확보해 경쟁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일본의 MOL과 NYK 등 나머지 동맹선사도 현대상선보다 규모가 큰 만큼 G4는 건재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상선의 한 관계자는 “전보다 규모는 줄었지만 동맹체에 새로운 회사가 참여할 수도 있다”며 “회사들 간 오랜 신뢰관계가 다져져 동맹이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한진해운의 동맹 상황은 상대적으로 더 불안하다. 대형선사 코스코와 에버그린의 공백이 커서다. 이제 남은 3개사 가운데 한진해운이 가장 큰 회사라는 점도 부담스럽다. 한진해운의 한 관계자는 “동맹체제 변화는 중국 해운사 합병과 APL 피인수 때부터 예고된 일”이라며 “이에 대응해 새로운 동맹을 준비 중이며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진해운의 새 동맹이 얼마나 파급력이 있을지에 대해 업계에서는 걱정스러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국 선사는 재무 부담에 초대형선을 확보하지 못한데다 줄줄이 자율협약에 들어가며 글로벌 선사 간 짝짓기에서 매력이 크게 줄어든 상태다. 이 때문에 동맹이 재편을 거듭할수록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클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그나마 작게라도 동맹을 유지하면 다행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용선료(선박 임대료) 협상에서 실패하거나 사채권 연장을 못 하면 법정관리로 직행해 동맹에서 퇴출당하기 때문이다.

대형 해운 동맹에서 제외되거나 탈퇴하면 물동량이 감소하고 서비스 질이 떨어져 국적선사의 중심지인 부산항도 함께 추락하게 된다. 지금까지 아무리 해운업황이 안 좋아도 동맹에서 빠지는 상황은 고려하지 않았지만 최근 판도가 급박히 돌아가며 우려가 현실이 될 가능성이 커지자 정부도 긴급회의를 열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동맹체 변화로 정부가 어떤 강력한 대책을 내놓는다고 하더라도 한국 해운업의 축소는 어쩔 수 없게 됐다. 업계에서는 지금이라도 한국 해운업을 살린다는 관점에서 적극적이고 파격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글로벌 해운 무대에서 한국이 영영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가 번지고 있다. 전준수 서강대 석좌교수는 “예산과 결정권을 가진 기획재정부와 해양수산부, 금융당국, 전문가, 선사가 모여 해운업을 획기적으로 재건하자는 주제로 논의를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로운 동맹체제는 내년 4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만큼 늦어도 올해 상반기 안에는 윤곽이 잡히고 하반기에는 결과물이 나와야 한다. 양대선사를 합병하든, 같은 동맹체에 포함하든 대안 마련은 촌각을 다투게 됐다.

/임진혁기자 세종=구경우기자 liberal@sedaily.com

임진혁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