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옥시의 꼼수

서울대에 실험보고서 2개 요구

유리한 건 받고 불리한 건 은폐

옥시레킷벤키저(이하 옥시)가 서울대 연구팀에 유해성 실험보고서를 2개로 나눠달라고 요구하고, 이 가운데 자사에 유리한 내용이 기술된 보고서만 받아가는 등 불리한 유해성 실험 결과를 은폐하려던 정황이 드러나면서 앞으로 검찰 수사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특히 검찰이 살균제 제조 부문 관계자들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를 앞두고 있어 진상 규명과 함께 어느 선까지 처벌을 받게 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4일 검찰 등에 따르면 옥시는 질병관리본부가 2011년 8월 ‘가습기 살균제가 원인 미상 폐 질환의 위험 요인으로 추정된다’는 역학조사 결과를 내놓자 서울대 수의과대 C 교수 연구팀과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에 각각 원료 물질인 PHMG에 대한 저·고농도 실험을 의뢰했다.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역학조사에 대한 반박용이었다.


하지만 실험은 옥시 뜻대로 진행되지는 않았다. 2011년 10∼12월 진행된 C 교수팀 중간보고 형태의 보고에서 ‘임신한 쥐 15마리 가운데 13마리의 새끼가 죽었다’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에 ‘가습기 살균제가 폐 질환(폐 섬유화) 사망을 초래했다’고 발표한 질병관리본부의 동물흡입독성실험 결과를 C 교수팀 실험이 이를 뒷받침해주는 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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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다급해진 옥시는 C 교수팀에 생식·흡입 독성실험 보고서를 각각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고, C 교수팀은 이에 응해 2012년 4월 18일 ‘가습기 살균제와 폐 질환 사이에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 다만 PHMG가 간·신장 등에 영향을 주는 등 전신 독성 가능성도 있으니 추가 실험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실험보고서를 냈다. 옥시는 지난 1월 검찰이 수사에 본격 착수하자 흡입 독성실험 보고서 가운데 유리한 부분만 발췌해 검찰에 제출했다.

하지만 검찰은 옥시가 수령조차 하지 않은 생식독성 실험 결과를 서울대 측에 요구해 임의 제출 받았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부장검사)은 수사 과정에서 C 교수팀의 흡입 독성 실험 데이터에 중대한 오류가 있다는 정황을 파악하고, 연구팀이 옥시의 부탁을 받고 의도적으로 데이터를 손봤는지를 조사 중이다.

검찰은 연구팀과 옥시 간 모종의 뒷거래가 있었는지 의심하고 있다. 또 이번 주부터 살균제 제조 부문 관계자들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는 등 과실 책임 소재를 가리기 위한 수사에 본격적으로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소환 대상자는 2001년 살균제 출시 당시 대표를 맡았던 신현우(68)씨를 포함해 옥시 측에서만 20∼30여 명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현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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