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5일 4·13 총선 이후 첫 지방 일정으로 광주를 다시 찾았다. 안방인 호남을 국민의당에 내준 데 대한 반성 차원의 방문이지만 당권을 둘러싼 내홍을 수습하지 못하고 내려온 만큼 그 의미가 반감됐다는 지적이 뒤따르고 있다.
김 대표는 이날 오전 비대위 지도부를 비롯해 호남 출신인 정세균·진영 의원, 험지에서 승리한 김부겸 당선자, 전현희 당선자와 함께 국립5·18민주묘지를 방문했다. 광주·전남의 유일한 당선자인 이개호 의원이 호남에 기반을 둔 중진 의원들의 대규모 방문을 요청한 바 있어 송영길 당선자나 추미애 의원 등 중진 그룹의 대거 참여가 점쳐지기도 했지만 이날 호남행에 합류하지 못했다. 송 당선자 측의 한 관계자는 이날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김 대표로부터 함께 방문해달라는 요청을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송영길 당선자와 추미애 의원 등 당권 주자 등은 김종인 대표와 껄끄러워 동행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국립5·18민주묘지 참배 이후 예정된 더민주 소속 시의원과의 간담회도 무산되는 등 이날 호남행에서는 잡음이 지속됐다. 더민주 소속 시의원은 김 대표가 간담회에 40분 정도밖에 시간을 할애할 수 없다고 하자 ‘보이콧’을 선언했다. 결국 김 대표는 광주시의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몇 번의 호남 방문과 사과로 호남 민심이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민심 청취 없이 당의 반성문만 읽어내려갔다. 이 자리에서도 김 대표는 “계파싸움을 하지 말아야 한다”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에도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며 자신의 전당대회 출마 문제와 관련한 발언을 두고 진실 게임을 벌였던 문재인 전 대표를 우회적으로 겨냥하는 등 당 내홍을 그대로 노출했다.
김 대표는 더민주가 총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삼성 등 대기업의 전장 사업 유치를 해내겠다며 어수선한 호남 방문을 끝마쳤다. 김 대표는 광주과학기술원을 방문해 “삼성과 LG 등 전장 사업의 핵심 사업부를 유치해내면 광주는 대한민국 최고의 미래차 생산기지로 거듭날 것”이라며 “우리는 광주과학기술원에 광주전장산업유치센터를 설치하겠다”고 강조했다. /광주=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