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현대로템, 中 저가공세 뚫고 3억弗 터키 전동차사업 수주





현대로템은 지난 수년간 글로벌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중국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무차별적으로 시장을 잠식했기 때문이다. 저가 수주전에 잘못 뛰어들었다가 중국 업체들의 가격 공세를 받으면서 철도사업 신규 수주 ‘영(0)’이라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아들기도 했다.


이 때문에 연초에는 희망퇴직을 비롯한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로템이 중국의 저가공세를 시원하게 뚫고 터키에서 3,600억원 규모의 전동차 사업을 따냈다. 최근 조선과 철강 등 공급과잉으로 힘겨워하는 다른 기업들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대로템은 지난 22일(현지시간) 터키 이스탄불시와 3억1,600만달러 규모의 전동차 납품계약을 체결했다고 25일 밝혔다. 지멘스·알스톰 같은 유럽의 유수 업체는 물론 저가공세를 벌인 중국 업체들까지 제치고 최종 사업자로 낙점된 것이다.

현대로템은 내년 상반기부터 터키 현지 생산공장에서 차량 생산에 착수해 오는 2021년까지 300량을 공급하게 된다. 현대로템의 전동차가 달릴 구간은 이스탄불 카바타쉬와 메지데쿄이·마흐뭇베이를 지나는 거리 23㎞, 역사(驛舍) 18개짜리 신규 노선으로 최근 터키에서 발주한 것 중 손꼽히는 규모다.


현대로템은 이번 터키 전동차 사업을 따내면서 올 들어 지금까지 철도 부문에서만도 1조원 이상의 신규 수주를 올리게 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139억원과 비교하면 70배 이상의 성장이다. 터키에서의 누적 수주액도 2조원을 넘겼다. 현대로템은 올 들어 터키 외에 1월 5,300억원 규모의 필리핀 마닐라 지하철 7호선을 턴키(turn-key·일괄수주)로 따냈다. 또 뉴질랜드에서 웰링턴 전동차 유지보수 사업(1,870억원)의 승리도 거머쥐는 등 해외에서 연이은 대형 수주를 달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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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업계는 현대로템이 수주한 사업들이 규모 면에서 클 뿐 아니라 수익성도 기존 사업들보다 높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몇년간 저가 수주전에 매달리며 실적부진에 시달려온 현대로템이 ‘학습효과’를 얻어 수주 역량을 한층 더 키웠다는 분석이다.

최근 몇년간 현대로템은 해외진출 확대를 구실로 유럽 선진업체들은 쳐다보지도 않는 저가 수주전에 매달리다 큰 손해를 봤다. 저가 수주가 절정에 달했던 2014~2015년 핵심 사업인 철도·플랜트 부문에서 연속으로 영업손실을 냈고 지난해는 연간 전체 영업손실 1,929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1·4분기에는 저가 수주전에 잘못 뛰어들었다가 중국 업체들의 가격 공세로 철도사업 신규 수주 ‘영’이라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아들기도 했다.

하지만 올 초부터 서울 본사를 경기도 의왕시 연구소로 통합 이전하고 희망퇴직을 받는 등 강도 높은 체질개선에 나서면서 현대로템이 확 달라졌다고 관련 업계에서는 말한다. 특히 경영혁신위원회를 신설해 수주 시스템을 전면 개편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로템은 올 초 방글라데시 철도청과 태국 철도청이 발주한 객차사업에 뛰어들려다가 편성 예산이 그다지 많지 않고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경영혁신위의 판단으로 입찰하지 않았다.

이처럼 지나친 저가 수주를 지양하고 고수익 사업에 집중하면서 현대로템의 실적과 수익성은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다. 지난 분기 현대로템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7,241억원, 308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의 악몽을 떨쳤다. 영업이익률은 6.4%로 1%대를 오르내리던 2013년과 비교하면 4배 가까운 수준으로 뛰었다.

지난 몇년간 35개국 이상의 다양한 나라에서 사업을 벌이며 신뢰도를 높여 유럽 업체들과 견줄 만한 수주역량을 확보했다는 설명도 나온다. 현대로템이 이번에 이스탄불에 공급하기로 한 전동차는 2014년 12월 수주한 예니카프 무인운전 차량과 동일한 것이다. 올 초 수주한 필리핀 마닐라 지하철 7호선 턴키 사업도 1996년부터 20년간 전동차를 안정적으로 공급해온 덕분에 가능했다는 게 현대로템 측의 설명이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한번 품질을 검증받은 전동차를 다시 납품하면서 추가 개발비용을 줄이고 현지 생산공장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식으로 수익성을 높였다”고 말했다.

다만 현대로템의 본격적 도약을 위해서는 플랜트 부문의 수익성 회복 등 과제도 남아 있다. 현대로템은 2013년 플랜트에서 영업이익 1,073억원을 올렸지만 2014년(296억원), 2015년(507억원) 에 이어 지난 분기(165억원)까지 적자를 면치 못했다. 유럽 업체와 동등한 가격으로 해외 사업에 참여하기 위한 원천기술 확보도 장기적인 숙제다.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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