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피아 리 무디스 부사장은 22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신용위험이 큰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건설·조선·해운·철강 등의 산업에 대한 국내 8개 대형은행의 익스포저(위험 노출액) 비중은 총 여신 규모의 11%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중 최근 구조조정 대상이 된 해운업은 기업들이 금융권 대출 대신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은행권의 대출 규모는 줄었지만 그 위험도는 규모에 비해 매우 크다는 지적이다.
무디스는 이들 5개 산업의 전망이 부정적인 데다 경제성장률도 저하되면서 국내 은행권에 대한 신용등급 전망을 지난주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한 바 있다. 리 부사장은 “은행들의 신용평가 과정에서도 조선·해운업 익스포저가 높은 은행 순으로 낮은 평가를 내렸다”며 “유가 등 변동성이 커지면서 불확실성이 확대돼 조선·해운은 전 세계적으로 과잉생산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의 기업 구조조정이 생각보다 진척이 더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리 부사장은 이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들이 한계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부실채권을 많이 떠안음에 따라 자본 건전성이 최근 4~5년 사이 급속히 취약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책은행이 떠안은 부실채권의 증가 속도가 증자 속도보다 빠르다”며 “국책은행들이 출자전환을 통해 한계기업을 지원하는 것도 자본 건전성 문제로 인해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리 부사장은 아울러 ”정부의 의지와 무관하게 국책은행의 지원 수단이 줄어들면서 당국이 유암코나 기타 민간 주도 구조조정 등 다른 방안을 모색하는 게 아닌가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 같은 한계기업 부실 여신 문제가 금융권의 시스템리스크로 확산될 가능성은 적다고 리 부사장은 말했다. 은행권 기업대출의 신용도는 부정적이지만 시스템리스크 위험이 감지됐다면 신용등급전망의 하향을 넘어 바로 신용등급 강등을 실시했을 것이라는 게 무디스의 설명이다.
한편 무디스는 이날 국내 커버드본드(이중상환청구권부채권) 시장에 대해 위험도가 예전보다 낮아졌다며 우호적으로 평가했다. 조 웡 무디스 선임 애널리스트는 “한국의 커버드본드 시장이 예전보다 성숙했고 관련 법제가 긍정·우호적”이라며 “지난 2009년 국민은행이 최초발행하고 주택금융공사도 1~2년 주기로 계속 발행하는 커버드본드가 아태지역 커버드본드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점도 감안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