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제3회 법질서·안전관계장관회의를 열고 ‘화재 저감 종합대책’을 확정했다. 이번 대책은 화재 발생 건수를 오는 2025년까지 지금보다 20% 줄이는 것이 골자다. 지난해 화재 건수는 4만4,435건에 달했다. 이날 회의에는 국민안전처를 중심으로 산업통상자원부·보건복지부·환경부·고용노동부·국토교통부 등이 참석했다.
정부는 화재를 줄이기 위해 일반 주택에 대해서도 전기 점검 때 전기발열량을 측정하고 단열재가 설치된 일정 규모(1만5,000㎡) 이상 공사장에는 화재감시자를 배치하기로 했다. 또 독거노인 등 취약계층에 가스타이머콕을 보급하고 식용유를 많이 사용하는 주방에는 소화 효과가 큰 K급 소화기를 의무적으로 갖추도록 할 계획이다. 특히 이날 대책에는 현재 PC방·일반음식점 등 8개인 금연공간을 앞으로 노래연습장이나 스크린 골프장 등 다중이용업소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하지만 그동안 국민건강 차원에서 진행된 금연구역 정책이 갑자기 화재 예방으로 전환돼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국민안전처 관계자는 “노래방 등에 대한 금연구역 지정은 당장 하겠다는 것은 아니고 중장기적으로 여러 부처와 고민해야 할 상황”이라며 “앞으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한 발 뺐다. 그동안 여러 번 나왔던 대책들도 다수 포함됐다. 스프링클러 설치대상 건물을 기존 11층에서 6층 이상으로 확대한다거나 사실상 의무사항이지만 지키지 않아도 처벌이 없는 모든 주택의 소화기 의무설치 등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총리실과 안전처가 설익은 화재 대책을 백화점 나열식으로 내놓은 것은 올해 1~2월 건조한 날씨로 화재 건수가 9,094건에 달해 지난해보다 21%나 늘면서 부랴부랴 예방책 마련에 나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 3월과 4월에는 비가 잦으면서 오히려 화재 건수가 지난해보다 줄어 결과적으로 올해 화재 건수는 전년과 비슷한 1만4,000여건을 유지하고 있다. 안전처 관계자는 “정부가 공식적으로 화재 감소 계획 수치를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화재 예방을 위한 강한 의지의 표현으로 봐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