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박찬호 부장검사)는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재산 국외도피·조세 혐의로 정 씨를 불구속 했다고 27일 밝혔다. 정 씨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이 기각된 지 9개월 만이자 그의 주거지 등을 압수 수색한 지 1년 6개월 만이다.
검찰에 따르면 정 씨는 2001년 3월~2012년 8월 독일 하데베(HMW)의 잠수함을 도입하는 사업인 장보고-Ⅰ·Ⅱ 사업과 엠테우(MTU)사 디젤엔진을 중개하고 받은 수수료 1,319억 원을 해외로 빼돌렸다. 209급 잠수함 9척을 도입하는 장보고 Ⅰ에서 받은 중개수수료를 싱가포르 소재 은행에 개설한 계좌로 수령한 뒤 스위스에 있는 은행에서 만든 차명계좌로 이전하는 방식이었다. 그는 2008년 세무조사 당시 숨긴 자금 일부가 발각되자 조세피난처 리히텐슈타인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 명의의 스위스 소재 은행 계좌로 697억 원가량을 옮겼다. 이후 그는 214급 잠수한 3억을 도입하는 장보고 Ⅱ 1차 사업 때도 홍콩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 명의의 홍콩 소재 은행 계좌로 받은 뒤 2011년 3월부터 약 5년에 걸쳐 또 다른 차명계좌로 옮겼다. 정 씨는 자주포·전차·해군함정 등에 장착되는 MTU의 디젤엔진을 중개한 수수료도 페이퍼컴퍼니 명의 계좌로 받아 2008∼2011년 버진아일랜드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 명의 계좌로 약 227억여원을 숨겼다. 그는 이 같은 방식으로 재산을 은닉하고 소득 신고를 누락해 2007년 3월부터 2011년 5월까지 법인세와 종합소득세 33억 원을 포탈한 혐의도 받고 있다. 정 씨는 1990년대 ‘율곡사업 비리’ 사건으로 잘 알려진 인물로 과거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장교로 복무하다 1977년 전역해 MTU 한국지사장으로 근무했다. 이후 1983년 학산실업(현 씨스텍코리아)을 설립해 직접 무기중개업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1993년 우리 군 전투력 증강을 위한 율곡 사업 당시 김철우 전 해군참모총장에게 3억 원의 뇌물을 건넨 혐의로 구속 기소돼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보석으로 풀려난 뒤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받은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