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수입쌀 관세협상 1년4개월 진통 "TPP 전초전...전략적 선택 필요"

513% 고율 관세 결정에

美·베트남 등 5개국 반발

韓 TPP 가입협상 앞두고

반대급부 요구 가능성 커





수입쌀에 물리는 고율의 관세(513%)를 놓고 우리나라와 미국·호주·베트남·중국·태국 등 5개국 간 협상이 진통을 겪고 있다. 미국·호주·베트남 등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원년 멤버들이 우리의 TPP 가입 의사를 협상 지렛대로 삼아 쌀 개방 압력 수위를 높이면서 2년차에 접어든 협상도 한치의 양보 없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수입쌀 관세율 협상이 TPP 협상의 전초전 성격을 띠는 만큼 전 산업을 아우르는 면밀한 전략 마련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27일 산업통상자원부·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1년4개월 남짓 이어져온 5개국과 우리와의 수입쌀 관세율 협상이 팽팽한 논리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앞서 지난 2014년 9월 정부는 20년 만에 수입쌀에 513%의 관세를 물리기로 했다. 정부는 개방을 의미하는 ‘관세화’에 줄곧 반대해왔지만 그 여파로 저율관세(5%)의 의무수입물량(TRQ)이 40만9,000톤(소비량의 4%)까지 늘어나자 입장을 바꿨다. 이에 미국 등 5개국은 관세율이 지나치게 높다고 반발해 2015년부터 관세율의 적정성 문제를 놓고 협상을 벌이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협정문에 따르면 관세율은 1986~1988년 국내외 쌀 가격 차이를 기준으로 책정한다. 논란은 국제 가격으로 우리가 직접 수입한 쌀 가격 대신 중국산 수입가격을 적용한 점이다. 우리가 쌀을 수입하지 않았다면 인근 국가의 쌀 수입가격을 적용할 수 있지만 1986~1988년 당시 우리는 해외에서 쌀을 수입했다. 정부 관계자는 “외국에서 직접 수입한 물량이 있었지만 너무 소량이라 상업적으로 의미 있는 수준의 물량이 아니었기 때문에 중국 가격을 썼다”고 말했다. 우리로서는 중국산과 국내산 쌀 가격 차이가 커 고율의 관세를 물릴 수 있다는 점도 이런 결정의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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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5개국은 “당시 중국은 시장경제 국가가 아니었기 때문에 인위적 요소가 개입됐을 여지가 많다”며 맞서는 상태다.

전문가들은 관세율 이의 제기 국가 가운데 3개국이 TPP 가입국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가 이미 TPP 가입 의사를 밝힌 상황에서 상대 국가들이 TPP 가입에 따른 반대급부가 만족스러운 수준이 될 때까지 협상을 끌 것이라는 분석이다. 서진교 대외경제연구원 실장은 “미국이 쉽게 우리 의도대로 움직여주지는 않을 것”이라며 “(TPP에 가입하며 쌀시장을 개방한 일본처럼) TRQ 물량을 늘려주든지 자국 쌀을 다른 식으로 사줄 수 있는 대안을 내놓으라고 하지 않겠느냐”고 진단했다. 그는 “(우리가) 고율의 관세를 지켜내려면 (상대의) 요구를 마냥 외면하기는 어렵다”며 “5년간 협상한 대만 등 과거 사례를 봐도 이의 제기 후 상대방과의 교감 없이 타협이 이뤄진 적은 없다”고 전했다. 김태원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실장은 “우리도 급할 것은 없다”며 “쌀시장 개방에 따른 편익을 잘 따져보고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관세청에 따르면 2015년부터 올 3월까지 고율의 관세를 감수하고 들어온 수입쌀은 고작 667㎏(신고액 98㎏ 포함)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 주재 대사관 등에서 사용할 물량이 대부분으로 상업용은 없다. 통상 우리 쌀은 외국산보다 2~3배 비싸지만 513%의 관세를 매기고 나면 외국산 가격이 오히려 2~3배나 더 나가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관세화에 반대한 농민단체 등을 의식해 관세율을 너무 높게 책정했다는 비판을 제기한다. 자칫 관세율을 지키려다 쌀 개방 등을 포함할 가능성이 큰 TPP 협상에서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세종=이상훈기자 shlee@sedaily.com

이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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